벤처투자 큰손들 "플랫폼법, 제2쿠팡·배민 막아…누가 투자하나"

고석용 기자 기사 입력 2023.12.2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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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준 알토스벤처스 대표(왼쪽)과 이준표 소프트뱅크벤처스 대표 /사진=머니투데이 및 뉴스1 DB
김한준 알토스벤처스 대표(왼쪽)과 이준표 소프트뱅크벤처스 대표 /사진=머니투데이 및 뉴스1 DB
국내 벤처투자자들이 공정거래위원회가 추진하는 '플랫폼공정경쟁촉진법(플랫폼법)'을 두고 잇달아 반대의 목소리를 냈다. 벤처투자자들이 특정 규제와 제도를 놓고 동시다발적으로 쓴소리를 내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김한준 알토스벤처스 대표는 21일 새벽 소셜미디어(SNS)에 "(플랫폼법으로) 커지는 회사들의 부담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새로운 쿠팡, 배민, 네이버, 카카오가 되기는 더더욱 힘들 것"이라며 "한국에 투자하는 돈은 정부돈만 남게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플랫폼법은 카카오와 네이버 등 독점적 플랫폼을 '지배적 사업자'로 사전에 지정하고 불공정으로 해석될 수 있는 행위들을 금지하는 법안이다. 아직 구체적인 금지행위가 공개되지는 않았다. 다만 공정위가 네이버의 오픈마켓 자사 상품 우대, 카카오모빌리티의 자사 가맹 택시 밀어주기 등을 플랫폼 불공정 행위로 거론하고 있는 만큼 관련 유사한 행위들이 금지조항에 포함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 대표는 플랫폼범을 두고 판도라TV의 몰락을 가속화시킨 저작권법에 비유했다. 업계에 따르면 2008년 동영상 공유 서비스가 태동하던 당시 국내에서는 유튜브보다 판도라TV, 엠군 등 국내 기업들의 시장점유율이 더 높았다. 그러나 불법동영상 게시에 대해 플랫폼이 책임을 지라는 내용의 저작권법이 시행되면서 사용자들이 법이 적용되지 않는 유튜브로 이동했다.

실제 유승희 전 민주당 의원이 2013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8년 시장점유율 42%를 기록하던 판도라TV의 점유율은 2013년 4%로 하락했다. 같은 기간 유튜브는 점유율이 2%에서 74%로 상승했다. 김 대표는 "판도라TV의 몰락은 다른 이유들도 있었지만 그 법(저작권법)이 결정타였다"며 "새로운 법 규제를 정하기 전에는 충분히 이야기를 듣고 또 듣고 큰 문제가 없다면 안 했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이준표 소프트뱅크벤처스 대표도 이날 SNS를 통해 플랫폼 법안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이 대표는 "현재 추진되는 플랫폼법이 그대로 도입되면 한국의 IT산업과 스타트업 생태계의 경쟁력이 전체적으로 위축될 것"이라며 "오히려 외국 플랫폼 기업에게 반사이익을 얻게해 국가적 손실로 이어질 것 같아 걱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스타트업에서 출발해 글로벌 진출 등 아직도 성장 중인 네이버, 배민, 쿠팡 등 국내 테크 기업들만 대상으로 무작정, 그리고 고민이 덜 돼 보이는 규제를 한다면 앞으로 누가 큰 그림을 보고 한국 스타트업에 투자를 하겠냐"고 덧붙였다.

이미 벤처·스타트업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벤처기업협회,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등 5개 단체로 구성된 '디지털경제연합'은 지난 18일 입장문을 내고 "대한민국 미래 경제에 대한 역행"이라며 "특정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가 지배력을 남용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님에도 별도의 사전규제를 도입하는 것은 윤석열 정부의 당초 공약과도 반대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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