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생성AI 대전 2라운드(上)
[편집자주] 오픈AI의 챗GPT에 이어 GPT-4 발표이후 글로벌 빅테크간 생성 AI 개발 속도전이 점입가경이다. 특히 생성 AI를 기존 사무용 SW(소프트웨어), IT서비스와 결합해 업무혁신과 생산성을 제고하려는 시도가 전방위적이다. 프롬프트 엔지니어나 CAIO(최고AI책임자)등 전에없던 직업군과 AI결합 서비스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최근 AI를 둘러싼 빅테크의 속도전 여파와 이에 따른 변화상을 짚어본다.
"AI 산업의 아이폰 모먼트가 시작됐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아이폰이 등장하며 전 세계가 모바일 시대로 전환된 것처럼 일상을 대 변혁할 AI 시대가 열렸다는 의미다. 실제 글로벌 빅테크는 하루가 멀다고 새로운 생성 AI 서비스를 선보이며 경쟁이 격화하고 있다.
21일(현지시각) 구글은 오픈AI의 챗GPT에 대항할 AI 챗봇 '바드'(Bard)' 서비스를 출시했다. 오픈AI와 손잡은 마이크로소프트(MS)와 본격적인 생성 AI 경쟁을 시작한 셈이다. 앞서 구글은 지난달 8일 자사 거대 언어모델(LMM) 람다(LaMDA) 기반의 생성 AI 바드를 공개했으나 오답으로 망신만 샀다. 이에 구글은 직원 8만명을 동원해 바드를 보완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은 검색엔진에 바드를 적용하지 않고 챗GPT나 MS 빙 챗봇처럼 별도 웹페이지를 만들었다. 뉴욕타임스는 "가장 수익성이 높은 서비스를 유지하면서 새로운 AI 적용했다"고 평가했다.
다만 단어를 차례로 나열하는 챗GPT나 빙과 달리, 바드는 검색엔진처럼 답변을 한번에 제시해 속도가 더 빠르다. 또 바드는 질문에 대한 답변을 여러 가지 버전으로 제시한다. 예컨대 "딸에게 플라잉 낚시를 설명할 방법을 알려줘"라고 하면 3가지 초안을 제시하는 식이다. 구글 검색과 연동돼 최신정보를 제공하고 답변에 출처를 표기, 신뢰성을 높인 것도 다른 점이다.
오답을 정답처럼 말하는 할루시네이션(환각) 현상은 여전하다. 이에 구글은 "바드는 부정확하거나 공격적인 정보를 게시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바드와의 대화가 길어질수록 오답 확률도 높아지는 만큼 대화 횟수를 제한한다. 현재 구글은 미국과 영국 일부 이용자를 대상으로 바드를 출시, 더 많은 국가와 언어로 확장한다는 방침이다.
◇구글 '바드'는 텍스트만?…MS '빙 챗봇'은 이미지도 생성한다
이에 질세라 MS는 빙 챗봇과 웹브라우저 엣지에 이미지를 생성할 수 있는 '빙 이미지 크리에이터' 기능을 추가했다. 빙 챗봇이 멀티모달(글자뿐 아니라 사진·음성·영상 등 복합정보처리) AI로 진화한 셈이다. 여기엔 오픈AI의 AI 화가 '달리'(DALL-E)가 적용됐다. 예컨대 '해바라기 은하수를 걷는 우주비행사 사진'이라고 입력하면 그에 맞는 이미지 4개를 만들어준다.
AI가 선정적·폭력적인 이미지 확산기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반영했다. MS는 "잠재적으로 유해한 이미지가 프롬프트(명령어)에 의해 생성될 수 있음을 감지하면 이를 차단하고 사용자에 경고한다"며 "유해하거나 안전하지 않은 이미지 생성을 제한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제어 장치가 있고, 왼쪽 하단에 해당 이미지가 AI를 사용해 생성됐다고 표시한다"고 강조했다.
구글과 MS는 지난주에도 생성 AI 대전을 벌였다. 지난 14일 구글이 LLM '팜'(PaLM)을 적용한 워크스페이스를 선보인 지 2시간 만에 오픈AI가 인간 수준의 성능을 갖춘 GPT-4를 발표했고, 이틀 후인 16일 MS가 GPT-4 기반의 'MS 365 코파일럿'을 공개한 것이다. 워크스페이스와 코파일럿 모두 이용자가 프롬프트를 입력하면 AI가 문서를 작성·요약·편집해준다.
손병희 국민대 소프트웨어융합학부 교수는 "MS 빙이 글로벌 검색시장의 98%를 차지한 검색의 시장점유율 1%만 가져와도 3조를 벌게 된다"라며 "당초 AI 시장 양대산맥은 구글과 메타였으나 챗GPT 등장 후 글로벌 빅테크 경쟁 축이 바뀌었다. 거대공룡들의 경쟁이 시작된 것"이라고 말했다.
◇슈퍼컴퓨터도 빌려쓴다…생성 AI 대중화 '눈앞'
여기에 어도비와 엔비디아도 가세했다. 어도비는 전날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서밋을 열고 생성 AI 모델 '센세이 젠AI'을 공개했다. 이를 상용화한 '파이어플라이'는 문자를 입력하면 그림을 생성하는 서비스로, 어도비 스톡 이미지나 라이선스가 개방형 라인선스 콘텐츠, 저작권이 만료된 콘텐츠를 바탕으로 이미지를 창작해 타인의 저작권 침해 논란이 없다는 점이 특징이다.
엔비디아는 생성 AI 개발에 필요한 컴퓨팅파워를 클라우드(가상서버) 형태로 제공하는 'DGX 클라우드'와 이를 기반으로 한 기업용 생성 AI 모델 개발 서비스 '엔비디아 AI 파운데이션'을 출시했다. 이를 활용하면 개별 기업이 GPU 등 고가의 인프라를 마련하지 않아도 엔비디아의 컴퓨팅파워를 빌려 쓰고, 자체 데이터를 넣어 훈련해 맞춤형 AI를 개발할 수 있다.
생성 AI는 대규모 인프라가 필요해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었는데, 이를 엔비디아가 제공해 단기간 내 적은 비용으로 기업별 AI 서비스를 만들 수 있게 해주겠다는 것이다. 글로벌 GPU 시장점유율 1위인 엔비디아가 생성 AI 대중화에 앞장서는 셈이다. 젠슨 황 CEO는 "DGX 슈퍼컴퓨터는 현대판 AI 공장"이라며 "웹페이지를 여는 것만큼 쉽고 적은 비용으로 슈퍼컴퓨터에 접근하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아 다르고 어 다른 생성AI…대화만 잘 통해도 '연봉 4.3억원' ② 新직업 '프롬프트 엔지니어'
#. AI 이미지 생성기 '미드저니'(Midjourney)에 '남자 농구선수, 빨간 머리, 동양인'이라고 입력하자 동서양이 공존하는 얼굴 4개가 떴다. 이번엔 '농구장에서 덩크슛하는 남자 농구선수, 빨간 머리, 동양인, 사람들로 꽉 찬 경기장, 사실적인 그림'으로 구체화하니 역동적으로 뛰어올라 림으로 공을 내리꽂는 사진이 완성됐다.
#. "인공지능으로 어떤 일을 할 수 있나요?" GPT-4가 탑재된 AI 챗봇 '챗GPT 플러스'에 이같이 묻자 자연어 처리, 이미지 인식 등 다소 뻔한 답변만 돌아왔다. 이번엔 "챗GPT를 활용한 신규 사업 아이디어 3개를 알려줘"라고 묻자 △개인화된 건강·운동 컨설팅 서비스 △온라인 교육 플랫폼 △고객지원 및 가상비서 서비스 등 구체적인 사업모델을 알려준다.
이처럼 프롬프트(명령어)를 구체화할수록 AI가 만든 결과물의 품질이 달라진다. 생성 AI 시대 신직업군으로 프롬프트 엔지니어(Prompt Engineer)가 각광받는 이유다. AI가 이용자 의도에 맞는 답을 내놓을 수 있도록 프롬프트를 만들고 검증·실험하는 직업으로 'AI 조련사'로도 불린다. 코딩을 몰라도 할 수 있어 샘 알트먼 오픈 AI CEO는 "프롬프트 작성은 자연어(일반 언어)로 하는 프로그래밍"이라고도 말했다.
◇대화만 잘하면 연봉 3~4억…프롬프트 1건당 판매도
실제 프롬프트 엔지니어인 라일리 굿사이드는 '저스틴 비버가 태어난 해 슈퍼볼 우승팀'을 묻는 질문에 AI 챗봇이 오답을 내놓자 '답변의 이유를 단계별로 설명하라', '단계별 논리적 추론을 열거하라'는 등의 프롬프트를 3번 연속 입력했다. 그러자 AI는 오류를 인식, 정답을 말했다. 굿사이드는 "프롬프트 엔지니어는 AI 결함을 빠르게 식별해 개발자가 도구를 미세 조정할 수 있게 한다"고 말했다.
프롬프트 엔지니어 몸값도 고공행진이다. 구글 자회사인 앤스로픽은 프롬프트 엔지니어 채용하며 연봉 25만~33만5000달러(약 3억2000만원~4억3000만원)를 내걸었고 AI 계약검토업체 클래리티도 연봉 23만달러(약 3억원)를 약속했다. 국내에서도 AI 스타트업 뤼튼테크놀로지스가 업계 최초로 연봉 1억원의 프롬프트 엔지니어 공개채용에 나섰다.
프롬프트를 1건당 1.99~29.99달러에 판매하는 전문 사이트도 있다. 지난해 6월 출시된 프롬프트베이스에서 레고 모형 생성 프롬프트를 2.99달러에 구매하니 '정면을 보는 전신 길이의 레고 미니 피규어, 고해상도의 단순하고 상징적인 디자인, 부드러운 모서리와 날카로운 선, 고전적인 미니 피규어 표현, 아바타나 프로필 사진으로 쓰기 적합한' 등의 단어가 나열된다.
◇"챗GPT는 신입사원"…구체적으로 지시할수록 능률↑
그렇다면 어떻게 프롬프트를 작성하는게 좋을까. 국내 첫 챗GPT 커뮤니티 사회자인 송준용씨는 저서 '챗GPT 사용설명서'에서 "챗GPT는 신입사원"이라며 "신입에게 일을 맡길 땐 오래 함께한 동료와 달리 명확하고 구체적인 업무 가이드라인을 주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조언했다. 특히 주제와 맥락뿐 아니라 문장 길이나 어조 등 구체적인 형식과 포맷이 포함돼 있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예컨대 사내 보고서를 작성할 때 "보고서 형식은 △문제점 △해결방안 △제안 및 요청사항으로 정리하고 1000자를 넘지 않되 어조는 단호하게 써달라"고 주문한다. SNS에 올릴 문구를 작성할 때도 주제와 시기, 매체, 홍보목표 등을 구체화한다. 이모티콘이 들쑥날쑥하지 않도록 위치까지 지정해준다. 챗GPT는 같은 챗(Chat) 안에선 이전 대화 내용을 기억하므로 한 챗당 한 가지 주제만 얘기하는 게 좋다.
일각에서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은 생성 AI 시대 필요한 역량이지 전문 직업은 아니라는 견해도 있다. 에단 몰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경영학) 교수는 "프롬프트 엔지니어는 미래의 직업이 아니다"라며 "미드저니가 V3에서 V4로 업그레이드되며 기본 프롬프트도 복잡한 방식에서 쉽게 바뀌었듯 AI가 점점 쉬워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뭘 해야 하지?…한발 먼저 AI 도입하고도 실패하는 이유 ③ 전문가들, CAIO 필요성 한목소리
"조급하게 AI(인공지능)을 도입한다는 기업들이 실패하는 가장 큰 이유는 AI로 뭘 어떻게 하고 싶은지 모르기 때문이다. 기껏 외부 AI 전문인력을 영입해서 만드는 것도 팬시(Fancy)하게 보이는 것에 그칠 뿐 돈이 되는 무언가가 아니다."
KAIST(카이스트) 김재철AI대학원의 장동인 책임교수의 설명이다. 지난해 말 공개된 챗GPT를 시작으로 AI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데다 GPT(생성형 사전학습 트랜스포머) 4.0 버전 및 이를 활용해 실제 업무에서 활용하도록 만든 MS(마이크로소프트)의 코파일럿 솔루션까지 나오면서 AI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지만 정작 현업에서 AI 솔루션을 도입·운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을 지적한 것이다.
장 교수는 "과거 기업이 IT 솔루션을 도입할 때는 예컨대 CRM(고객관리시스템)이나 ERP(전사적자원관리) 프로그램을 설치해 이를 활용하는 것으로 충분했다"며 "AI 솔루션의 도입은 특정 소프트웨어를 설치하는 것만으로 끝나는 게 아니다. 기업 경영의 굉장히 많은 부분을 건드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또 "기업에서도 'CIO' 'CTO' 등 IT기술을 총괄하는 직책을 두고 있지만 기존의 기술임원들은 (제조업·서비스업을 막론하고) 현업에서의 이슈를 잘 모른다"며 "결국은 현장에서의 도메인(업무영역) 지식·경험을 풍부하게 갖춘 이들이 AI를 통해 어떻게 생산성 제고와 경영 효율을 가능케 할 것인지 아이디어를 내고 조직체계를 바꾸며 평가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현장 경영에서의 지식을 풍부하게 갖춘 내부 인력에게 AI 기술동향과 활용사례를 학습시켜 자사에 필요한 AI 솔루션에 대한 아이디어를 내도록 독려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조언이다.
실제 카이스트가 지난해 4월부터 진행 중인 CAIO(최고 인공지능 책임자) 교육과정도 이같은 내용을 다루고 있다. 12주에 걸친 교육 기간 중 기업·기관의 AI·IT 담당자 및 대표이사 등으로 구성된 수강생들은 AI 기술 발전의 역사와 최신 동향에서부터 각종 AI의 활용사례 등에 대해 교육을 받은 후 자사에 맞는 솔루션을 직접 고안해 발표한다. 카이스트 교수들과 동료 수강생들이 이 과정에서 함께 토론하고 더 나은 대안을 도출하는 작업에 참여한다.
국내에서도 이같은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예를 들어 SK텔레콤은 지난해 조직개편에서 유영상 대표가 직접 단장을 맡아 이 회사의 AI 프로젝트인 '에이닷'(A.) 추진단에 핵심 인재를 배치한 바 있다. 'AI 컴퍼니'로의 체질 전환을 위한 결단이다. 올해 사업보고서에서는 평균 임금상승률 전망치를 종전(2~5%) 대비 훨씬 높은 8%대로 잡았다. AI를 비롯한 고급 기술 인력에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는 의지가 드러난 대목이다.
CAIO라는 직책이 명시적으로 있지는 않지만 기존 주력 부문의 임원을 주축으로 '도구로서의 AI'를 적극 활용, 경쟁력 제고에 성공한 사례도 있다. 크래프톤은 AI 관련 조직을 80여명 규모로 확보하고 게임 제작에 도움이 되는 딥러닝 기술 개발로 게임 제작 생산성·편의성을 높이고 있다. 프로그래밍뿐 아니라 3D 모델링, 애니메이션 등 게임개발의 전 단계에서 시간·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새벽배송'을 넘어 '샛별배송'을 가능케 한 유통업종 유니콘 기업 컬리가 대표적이다. AI를 통한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수많은 고객의 주문을 여러 작업자가 동시다발적으로 이행할 수 있는 최적의 시스템을 구축한 결과 유통혁명을 가능케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 기자 사진 윤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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