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WC 2023] ISP vs 빅테크, 뜨거운 여론전
브르통 EU 집행위원 "막대한 투자, 공정한 분담해야"
피터스 넷플릭스 CEO "콘텐츠 투자 감소, 소비자 피해"
'MWC(모바일월드콩그레스) 2023'에서 전통의 통신사업자(ISP)들과 급성장한 글로벌 콘텐츠사업자(CP)가 격돌했다. 넷플릭스·구글 등 빅테크 CP의 등장으로 데이터 트래픽이 폭증하면서 ISP의 인프라 투자 부담이 커진 만큼 비용을 나눠야 할지가 이슈다. 작년에는 한국에서 '망 이용료 법' 논란이 뜨거웠는데, 올해는 최대 격전지가 유럽으로 옮겨졌다. 지난 27일(현지시간)부터 나흘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에선 EU(유럽연합) 집행위원회와 ISP 진영, 넷플릭스·메타가 뜨거운 여론전에 돌입했다.
그렉 피터스 넷플릭스 공동 CEO는 MWC 이틀째인 지난달 28일(현지시간) 키노트 세션에서 망 투자는 ISP의 몫이고, 넷플릭스의 역할은 콘텐츠 투자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ISP 진영의 '망 이용료 의무화' 주장에 "이러한 세금은 정반대의 결과를 만들어낼 것"이라며 "콘텐츠에 대한 투자가 줄어들고, 창작 커뮤니티를 해치며, 궁극적으로 소비자들이 피해를 보게 된다"고 말했다
특히 '오징어 게임' '지금 우리 학교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피지컬: 100'을 언급하고선 "전 세계 넷플릭스 회원의 60% 이상이 적어도 한 편 이상의 한국 작품을 넷플릭스에서 시청했다"며 "소비자들이 어떤 콘텐츠를 언제 즐길지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었기 때문에 인터넷의 인기가 높아졌다"고 말했다. 이어 "엔터테인먼트 회사와 통신사는 각자 잘하는 것에 최선을 다하자"며 "넷플릭스의 역할은 콘텐츠에 지속해서 투자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같은 날 MWC 장관급 행사에 참석한 딘 가필드 넷플릭스 정책부문 부사장도 "ISP와 CP는 '상호이익 관계(symbiotic)"라며 "양자 간 파트너십을 이어 나가면서, 공동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를 보다 명확하게 살펴보면 성공적인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망 이용료 논란의 해법으로 법제화 등의 수단은 적절하지 않으며, 당사자 간 협상으로 해소해야 한다는 완곡한 표현으로 보인다.
ISP 선제공격, 넷플릭스 '반격'…MWC서 여론전 750여개 통신사 협의체 GSMA(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가 MWC를 주최하는 만큼, 선제공격은 ISP의 몫이었다. 27일 전시회 첫 번째 세션 기조연설을 맡은 티에리 브르통 EU(유럽연합) 내부시장 담당 집행위원은 "막대한 (인프라) 투자를 공정하게 분배하기 위한 자금 조달 모델을 찾아야 한다"며 "며칠 전부터 연결성과 인프라의 미래에 대한 광범위한 협의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는 EU의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가 가칭 '기가비트 연결법(Gigabit Connectivity Act)' 관련 공개 의견수렴 절차에 돌입한 것에 대한 언급이다. '의견수렴'은 법안 마련의 초기 절차다. 유럽이 2030년 5G 수준의 인프라를 갖추는 것이 취지인데, ISP는 물론 빅테크 CP도 투자금을 분담하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될 예정이다.
브르통 위원의 연설에 앞서 GSMA 이사회 의장인 호세 마리아 알바레즈-팔레테 텔레포니카 CEO(최고경영자)는 "지금은 통신사와 빅테크가 협력해야 할 시점"이라며 "(빅테크의 망 투자에 대한) 공정한 기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프랑스 통신사 오랑주의 크리스텔 하이드만 CEO도 "현재 상황은 통신사에게 '지속 불가능'하고, 통신사는 현재 트래픽 수요를 맞추는 데 필요한 과도한 지출을 홀로 부담할 수 없다"며 빅테크의 인프라 투자 제도화를 촉구했다.
한국과 유럽 통신사업자 간 공동 전선을 펼치기도 했다. 이날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와 유럽통신사업자협회(ETNO)는 MWC 현장에서 빅테크 CP의 망 이용료 분담을 골자로 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KTOA는 "이번 MOU를 계기로 특히 '망 이용에 대한 공정하고 합리적인 비용 분담' 등에 대해 긴밀한 협력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망 이용료' 촉발 한국은…정부·여당 "글쎄" '망 이용료 의무화' 논쟁에 처음 불씨를 댕겼던 국내에서도 유럽의 상황을 주목하고 있다. 우선 국회에선 여야를 가리지 않고 '망 이용료 의무화' 법안을 발의했고, 작년 하반기에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핵심 의제로 다루기도 했다. 그러나 작년 말 유튜브가 '크리에이터를 중심으로 반대 운동을 독려하면서 여론이 동요하면서 법안 추진에 제동이 걸렸다.
정부 반응도 미온적이다. 당초 MWC 기조연설자로 나설 예정이었던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건강상의 이유로 불참했고, 빈자리를 대신할 예정이었던 실·국장급 인사조차도 끝내 바르셀로나를 찾지 않았다. MWC 참석이 통신사 이익에 부합하는 '망 이용료 의무화' 지원사격처럼 비칠 수 있는 만큼, 과기정통부가 이를 꺼렸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대통령이 통신시장 과점 폐해를 질타한 직후라서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정부·여당의 최근 행보만 보면 망 이용료 법제화는 정책 우선순위에서 밀 느낌"이라고 평가했다.
유럽에서의 논의 향배도 속단하기엔 이르다. 규제기구 중 하나인 유럽전자통신규제기구(BEREC)는 지난해 10월 "CP의 ISP에 대한 보상을 정당화할 증거가 없다"는 예비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트래픽 증가의 '주범'으로 지목된 대형 CP들이 미국 기업인 점도 변수다. 자칫 유럽과 미국의 주도권 싸움으로 비칠 경우, '망 이용료 의무화'의 취지가 퇴색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그렉 피터스 넷플릭스 공동 CEO는 MWC 이틀째인 지난달 28일(현지시간) 키노트 세션에서 망 투자는 ISP의 몫이고, 넷플릭스의 역할은 콘텐츠 투자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ISP 진영의 '망 이용료 의무화' 주장에 "이러한 세금은 정반대의 결과를 만들어낼 것"이라며 "콘텐츠에 대한 투자가 줄어들고, 창작 커뮤니티를 해치며, 궁극적으로 소비자들이 피해를 보게 된다"고 말했다
특히 '오징어 게임' '지금 우리 학교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피지컬: 100'을 언급하고선 "전 세계 넷플릭스 회원의 60% 이상이 적어도 한 편 이상의 한국 작품을 넷플릭스에서 시청했다"며 "소비자들이 어떤 콘텐츠를 언제 즐길지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었기 때문에 인터넷의 인기가 높아졌다"고 말했다. 이어 "엔터테인먼트 회사와 통신사는 각자 잘하는 것에 최선을 다하자"며 "넷플릭스의 역할은 콘텐츠에 지속해서 투자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같은 날 MWC 장관급 행사에 참석한 딘 가필드 넷플릭스 정책부문 부사장도 "ISP와 CP는 '상호이익 관계(symbiotic)"라며 "양자 간 파트너십을 이어 나가면서, 공동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를 보다 명확하게 살펴보면 성공적인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망 이용료 논란의 해법으로 법제화 등의 수단은 적절하지 않으며, 당사자 간 협상으로 해소해야 한다는 완곡한 표현으로 보인다.
ISP 선제공격, 넷플릭스 '반격'…MWC서 여론전 750여개 통신사 협의체 GSMA(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가 MWC를 주최하는 만큼, 선제공격은 ISP의 몫이었다. 27일 전시회 첫 번째 세션 기조연설을 맡은 티에리 브르통 EU(유럽연합) 내부시장 담당 집행위원은 "막대한 (인프라) 투자를 공정하게 분배하기 위한 자금 조달 모델을 찾아야 한다"며 "며칠 전부터 연결성과 인프라의 미래에 대한 광범위한 협의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는 EU의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가 가칭 '기가비트 연결법(Gigabit Connectivity Act)' 관련 공개 의견수렴 절차에 돌입한 것에 대한 언급이다. '의견수렴'은 법안 마련의 초기 절차다. 유럽이 2030년 5G 수준의 인프라를 갖추는 것이 취지인데, ISP는 물론 빅테크 CP도 투자금을 분담하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될 예정이다.
브르통 위원의 연설에 앞서 GSMA 이사회 의장인 호세 마리아 알바레즈-팔레테 텔레포니카 CEO(최고경영자)는 "지금은 통신사와 빅테크가 협력해야 할 시점"이라며 "(빅테크의 망 투자에 대한) 공정한 기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프랑스 통신사 오랑주의 크리스텔 하이드만 CEO도 "현재 상황은 통신사에게 '지속 불가능'하고, 통신사는 현재 트래픽 수요를 맞추는 데 필요한 과도한 지출을 홀로 부담할 수 없다"며 빅테크의 인프라 투자 제도화를 촉구했다.
한국과 유럽 통신사업자 간 공동 전선을 펼치기도 했다. 이날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와 유럽통신사업자협회(ETNO)는 MWC 현장에서 빅테크 CP의 망 이용료 분담을 골자로 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KTOA는 "이번 MOU를 계기로 특히 '망 이용에 대한 공정하고 합리적인 비용 분담' 등에 대해 긴밀한 협력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망 이용료' 촉발 한국은…정부·여당 "글쎄" '망 이용료 의무화' 논쟁에 처음 불씨를 댕겼던 국내에서도 유럽의 상황을 주목하고 있다. 우선 국회에선 여야를 가리지 않고 '망 이용료 의무화' 법안을 발의했고, 작년 하반기에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핵심 의제로 다루기도 했다. 그러나 작년 말 유튜브가 '크리에이터를 중심으로 반대 운동을 독려하면서 여론이 동요하면서 법안 추진에 제동이 걸렸다.
정부 반응도 미온적이다. 당초 MWC 기조연설자로 나설 예정이었던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건강상의 이유로 불참했고, 빈자리를 대신할 예정이었던 실·국장급 인사조차도 끝내 바르셀로나를 찾지 않았다. MWC 참석이 통신사 이익에 부합하는 '망 이용료 의무화' 지원사격처럼 비칠 수 있는 만큼, 과기정통부가 이를 꺼렸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대통령이 통신시장 과점 폐해를 질타한 직후라서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정부·여당의 최근 행보만 보면 망 이용료 법제화는 정책 우선순위에서 밀 느낌"이라고 평가했다.
유럽에서의 논의 향배도 속단하기엔 이르다. 규제기구 중 하나인 유럽전자통신규제기구(BEREC)는 지난해 10월 "CP의 ISP에 대한 보상을 정당화할 증거가 없다"는 예비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트래픽 증가의 '주범'으로 지목된 대형 CP들이 미국 기업인 점도 변수다. 자칫 유럽과 미국의 주도권 싸움으로 비칠 경우, '망 이용료 의무화'의 취지가 퇴색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기자 사진 바르셀로나(스페인)=변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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