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정통부 소관 연구기관 갈등에도
"국가적 임무 성공하기 위한 내부 이견"
"항우연이 조직 잘 정비했으면 좋겠다"
인사 개입 않고 '자율성' 주겠다는 의미
오태석 과학기술정보통신부 1차관은 20일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인사 내홍과 관련해 "(연구진) 전체 마음은 어떻게 하면 국가적인 임무를 성공적으로 달성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으로 알고 있다"며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오 차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가우주위원회 사전브리핑에서 누리호(KSLV-II) 개발을 진두지휘한 고정환 항우연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본부장 사퇴 질문을 받고 이같이 답변했다.
오 차관은 "고정환 본부장이 맡고 있는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본부 임무는 누리호 1·2호 개발이 목표"라면서 "당초 올해 종료되는 사업이 내년 6월까지 연장됐는데 이는 (누리호 발사로 인한) 어민 보상과 발사체 데이터 분석이 남아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누리호 개발 사업은 2010년 3월부터 2023년 6월까지 총 1조9572억원이 투입되는 사업이다. 항우연 발사체본부가 누리호를 두 차례 발사하는 임무를 맡았다. 발사체본부 지난해 10월 누리호 1차 발사에 나섰으나 임무에 실패했고, 올해 6월 2차 발사에선 임무를 완수했다. 사실상 모든 임무를 마치고 어민 보상 문제 등만 남은 상황이다.
"인력 효율화" vs "수족 잘랐다" 첨예한 갈등, 그들의 입장은
항우연은 지난 12일 발사체본부 업무가 종료된 만큼, 후속 사업을 준비하는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후속사업은 내년 상반기부터 2027년까지 총 6873억8000만원을 투입해 누리호를 4차례 발사하는 한국형발사체 고도화사업이다. 내년부터 2032년까지 총 2조132억을 투입하는 차세대 발사체(KSLV-III) 개발 사업도 있다.
다양한 연구개발 사업이 생긴 만큼, 인력을 효율화하는 조직 개편이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예컨대 로켓을 설계하는 인력은 초기 업무 강도는 높지만, 사업 후반으로 갈 경우 업무가 줄어든다. 이런 업무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다른 연구개발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한 게 이번 인사의 핵심이다.
이에 따라 항우연은 발사체연구소 산하에 고도화사업단, 차세대 발사체 사업단을 뒀다. 실제로 이상률 원장은 발사체연구소 초대 소장을 고 본부장에게 맡아달라고 부탁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원장은 최근 고도화사업단장에 고 본부장을 임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고 본부장은 발사체 개발 사업은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기술을 독자 개발해야 한다'는 특성이 있다고 본다. 본부장의 강한 리더십 아래 일사분란하게 기술개발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항우연이 개편한 조직으론 이같은 운영과 직무 수행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본부장직 사퇴를 표명한 것이다.
주무부처 과기부, 적극 개입 안 하는 까닭 오 차관은 "정부 입장에선 고도화 사업과 차세대 발사체 개발 모두 너무나 중요하다"며 "그러나 항우연 사정상 인력이 그렇게 많지는 않다"고 말했다. 이어 "항우연에서 여러가지 미션을 효율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고민들이 계속 있었다"며 "다만 조직 설계에 대한 생각이 다른 것 같지만, 전체 마음은 어떻게 국가적인 임무를 성공적으로 달성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라고 했다.
또 "정부 입장에선 내년 누리호 3차 발사라든지 국가적 임무가 성공적으로 달성될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며 "그런 부분에서 차질이 없도록 항우연이 조직을 정비했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과기정통부가 소관 기관인 항우연 인사 내홍에 적극 개입하지 않는 건 인사 자율성을 주겠다는 의미로 분석된다. 2009년·2010년 나로호(KSLV-I)가 1·2차 발사에 실패했을 때, 교육과학기술부가 나로호 발사 실패에 대한 책임을 물으면서 당시 원장(2008.12~2011.02)이 중도 퇴임하며 논란이 됐다. 이같은 전철을 밟지 않도록 과기정통부는 지난 14일 이 원장과 고 본부장 의견 조율의 장만 만들었다.
과기정통부 고위 관계자는 "연구기관에 항상 자율성을 이야기 하고 기본적인 시스템으로 가야 된다고 생각한다"며 "항우연 조직 개편에 매번 '이건 맞고 저건 틀리다' 이런 얘기를 하기 시작하면 연구기관이 힘들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 기자 사진 김인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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