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파필터 대비 효율 10배" 아파트·빌딩 미세먼지 걱정 날린다

류준영 기자 기사 입력 2022.08.21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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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UP스토리]이혜문 알링크 대표, '알루미늄 코팅' 기술로 연구원 창업

이혜문 알링크 대표/사진=김휘선 기자
이혜문 알링크 대표/사진=김휘선 기자

금보다 알루미늄 값을 더 쳐주던 시절이 있었다. 알루미늄은 가공하기 쉽고 가벼우며 인체에 해가 없어 건축·화학·가정용 제품에 널리 쓴다. 일상 속 쓰임새가 매우 다양하나 제련(製鍊) 과정이 만만치 않다는 아킬레스건이 있다. 정확히 말하면 알루미늄은 고열로 가열 시 다른 물질들에 비해 산화되는 정도가 크다는 문제가 따랐다. 알루미늄 전문가들의 표현을 빌리면 "겉으론 무뎌 보이지만, 속은 예민한 금속 물질"이다.

그래서 2016년 한국재료연구원이 개발한 '알루미늄 코팅' 기술은 재료 업계에 비상한 관심을 모으기에 충분했다. 간단히 말해 알루미늄을 액체 잉크로 만들어 각종 소재에 덧입힐 수 있는 기술이다. 연구를 주도한 이혜문 분말세라믹연구본부 책임연구원(現 알링크 대표)은 이 기술 하나로 최고의 연금술사라는 칭호를 얻었다. "알루미늄 코팅 기술 개발은 2009년부터 시작해 본격적인 사업화까지 거의 10년이 걸렸습니다."

◇'갤럭시노트' 대항마의 핵심 부품=이혜문 대표는 애초 창업을 할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미래창조과학부(現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전신)의 신산업 창조 프로젝트 과제를 8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수주 받으면서 연구원 창업과 민간기업으로 기술 이전 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선택지를 받았다. 이 대표는 연구원 창업을 택했다. "대략 사업의 비전이 보여서 본격적으로 해보자며 뛰어들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먼저 섬유에 알루미늄 코팅을 입혀봤다. 손끝에 닿는 촉감은 말랑말랑한데 속은 꽉 찬 것처럼 단단한 전도성(전기가 통하는 성질) 섬유가 완성됐다. 이 소식을 듣고 가장 먼저 찾아온 기업은 스마트폰 제조사였다. LG전자가 삼성전자의 간판 제품인 '갤럭시노트'의 아성을 흔들 제품을 만들기 위해 몹시 애를 태울 때다. 요구는 단 하나였다. "그 기술로 진짜 볼펜을 쓰는 듯한 감촉의 터치펜 촉을 만들어주시오."

2016년 3월부터 LG전자 스마트폰 터치펜에 쓰이는 펜촉 부품을 납품했다. 적잖은 수익원으로 자리잡을 무렵, 뜻밖의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들려온다. 설마설마했던 'LG전자의 스마트폰 시장 전면 철수'가 기정사실화된 것이다. 풍문이 사실이 된 순간 이 대표는 뒤통수를 풀스윙으로 얻어맞은 것 같았다고 했다. 일순 멍했지만 금새 무덤덤해졌다는 이 대표, 플랜B가 있었다.

그는 "사실 알루미늄 코팅 기술은 활용도가 다양하다"며 "스마트폰용 펜촉 뿐만 아니라 웨어러블(착용형) 기기용 섬유소재에서부터 초미세먼지를 효율적으로 걸러내는 알루미늄 코팅 필터 등 후속 제품을 미리부터 준비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 그땐 속상했지만 돌아보면 전화위복이 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공조기용 전도성 필터모듈/사진=알링크
공조기용 전도성 필터모듈/사진=알링크
◇미세먼지·유해물질 필터로 활로 모색 =일반 부직포 필터에 알루미늄 나노구조체를 코팅해 만든 '알루미늄 섬유필터'는 미세먼지와 세균·박테리아 등의 유해물질을 높은 효율로 차단·제거한다. 기존 미세먼지 제거용 헤파(HEPA) 필터에 비해 효율이 10배 이상 높다는 설명이다. 알링크는 GS건설과 함께 이 기술에 대한 응용연구를 추진, 아파트 환기·공기정화시스템에 적용할 수 있는 '알루미늄 전도성 필터모듈'을 제작했다.

이 대표에 따르면 현재 백화점, 도서관, 오피스텔 등 대형빌딩 내 공조기나 환기구에 설치된 필터 소재는 환풍·송풍이 가능한 정도로 미세먼지나 공기 중의 세균·바이러스 등을 완벽하게 제거하지 못한다. 또 기존 필터는 재사용이 불가능해 또 다른 폐기물을 만들어 낸다. 이를 환산하면 연간 약 3000톤(t)의 탄소를 배출하는 것과 맞먹는다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반면, 전도성 필터모듈은 에어·물 청소를 통해 6회 이상 재사용 할 수 있다. 이러면 폐필터 탄소 배출량을 기존 대비 33분의 1 이하로 낮출 수 있다고 한다.

알링크는 작년 8월, 상암동 U+사옥에 시제품을 적용한 실증시험을 수행했고, 올 8월엔 역삼동 신한금융센터에 양산품을 설치한 뒤 실증시험을 진행했다. 이를 통해 1분 이내 미세먼지를 99.9% 이상 제거하고, 바이오 유해물질에 대해서도 99% 항균 특성을 나타낸다는 결과를 얻었다. 그는 "필터모듈을 공조기에 설치하면 개별 공간에 별도로 공기청정기를 구매해 설치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청정환경을 만들어 준다"고 했다.

알링크는 올 상반기 부산 강서구 테크노파크 내 전도성 필터 소재 생산시설을 완공했다. 전도성 필터 원재료 생산부터 부품 조달, 조립 라인 구축, 품질 확인체계까지 전도성 필터모듈 제조를 위한 안정적인 양산체계를 갖춘 것이다.

코로나19(COVID-19) 대유행으로 작년 전 세계 에어필터 시장은 약 11조5000억원 규모로 확대되며 계속 성장중이다. 이 대표는 "국내외 특수산업용 에어필터 분야의 퍼스트 무버(First Mover·선도자)가 돼 보이겠다"고 말했다.
신한긍윰센터 실증시험 현장/사진=알링크
신한긍윰센터 실증시험 현장/사진=알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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