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수직이착륙기·플라잉택시…'저고도 경제'가 중국을 띄울 수 있을까 [차이나는 중국]

김재현 전문위원 기사 입력 2024.09.01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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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차이 나는 중국을 불편부당한 시선으로 바라봅니다.
이항의 EH216-S/사진=블룸버그 캡쳐
올들어 중국 언론에서 '저고도 경제'(Low-altitude economy)라는 단어가 부쩍 자주 띄기 시작했다. 저고도 경제는 1000미터 이하의 저고도(Low-altitude)에서 드론(무인기), 플라잉카 등 유무인 항공기를 이용해서 통근, 화물운송, 관광 등에 응용하는 경제 활동을 뜻한다.

중국은 세계 드론 시장의 약 70%를 차지하고 있는 DJI와 전기수직이착륙기(eVTOL·electric vertical take-off and landing)에서 세계 선두를 다투는 이항(EHang) 등 세계 최고수준의 제조기업을 보유해 저고도 경제를 위한 기반은 갖췄다.

저고도 경제는 전기차라는 신산업에서 세계 시장의 60% 이상을 차지하며 선두 국가로 부상한 중국이 또다른 첨단산업에서 앞서가기 위한 야심으로도 읽힌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중국 베이징은 도로 한 켠에서 마차가 다녔는데, 중국이 베이징 하늘에 플라잉카를 띄우겠다는 것이다.



저고도 경제는 2026년 1조위안 규모로 성장이 예상


저고도 경제가 본격적으로 부상하기 시작한 건 작년 말부터다. 지난해 12월 중국은 다음해의 경제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중앙경제업무회의에서 바이오제조, 항공우주, 저고도 경제를 전략적 신흥산업에 포함시켰다.

미국·유럽연합(EU)에서 도심항공교통(UAM·Urban Air Mobility) 상용화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이 UAM보다 확장된 개념인 저고도 경제 육성을 강조하고 나선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특히 올해 3월 리창 중국 총리가 '정부업무보고'에서 저고도 경제를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육성하자고 밝히면서 저고도 경제는 본격적인 발전 궤도에 진입했다. 중국 정부는 5년마다 5개년 계획을 작성하는 등 산업정책을 장기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일단 중앙 정부가 정책 추진의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 지방정부들이 부응하면서 추진 속도가 걷잡을 수 없이 빨라진다.

중국 10개 성(省)·직할시가 이미 저고도 경제 육성 정책을 발표했으며 8월에만 상하이를 포함해, 저장성, 허난성, 후베이성이 저고도 경제 정책을 내놓았다. 8월16일 상하이는 '상하이시 저고도 경제 산업의 고품질 발전을 위한 행동방안(2024~2027)'을 발표하며 2027년까지 해당 산업 규모를 500억위안(약 9조3000억원) 규모로 키우겠다고 밝혔다.

중국 민간항공 전문인력의 70%, 중국 선두 eVTOL 기업의 50%가 집결돼 있는 상하이가 저고도 경제를 이끌겠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특히 상하이가 장강 삼각주(상하이·장수·저장성) 지역의 도시를 연결해 중국 최초로 성(省)간 저공 운항을 실현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부분이 눈에 띈다.

중국 저고도 경제 전망/그래픽=이지혜
중국 저고도 경제 전망/그래픽=이지혜
중국 공업정보화부 산하 사이디연구원이 발표한 '중국 저고도경제 발전연구보고'에 따르면 작년 중국 저고도 경제 규모는 전년 대비 33.8% 증가한 5060억위안(약 94조원)다. 저고도 경제는 2026년에는 1조위안(약 186조원), 2030년에는 2조위안(약 372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사이디연구원에 따르면 저고도 경제는 ①저고도 비행 관련 인프라 ②eVTOL, 드론 등 저고도 항공기 제조 ③저고도 물류, 교통 등 서비스 등으로 구성된다. 작년 기준 ②저고도 항공기 제조와 ③저고도 물류, 교통 등 서비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55%에 달했고 간접적으로 공급망 업체, 소비, 교통 등에서 발생한 공헌도가 40%에 근접했다.

플라잉카로도 불리는 전기수직이착륙기(eVTOL) 산업 규모는 작년에 전년 대비 77.3% 증가한 9억8000만위안(약 1820억원)을 기록했다. 본격적인 상용화 전이라 시장 규모는 제한적이며 오는 2026년 약 95억위안(약 1조7700억원)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중국의 플라잉 택시를 꿈구는 이항


중국의 eVTOL을 말할 때 빠뜨릴 수 없는 기업은 이항(EHang)이다. 2014년 설립된 이항은 중국 1위 eVTOL 제조업체다.

지난해 10월 이항의 EH216-S는 형식인증(TC)를 받은 데 이어 12월에는 세계 최초로 무인 eVTOL로서 중국민용항공국(CAAC)로부터 감항인증(AC)을 받았다. 올해 4월에는 생산인증(PC)까지 획득하면서 글로벌 eVTOL 업체 중 가장 먼저 양산 준비 단계에 진입했다.

EH216-S는 승객 2명을 태우고 최고 시속 130㎞의 속도로 30km를 비행할 수 있으며 가격은 239만위안(약 4억450만원)으로 책정됐다.

지난 8월21일 블룸버그에 재밌는 기사가 게재됐다. 블룸버그 기자가 무인으로 조종되는 EH216-S에 직접 탑승해본 후 영상을 올린 것이다. 기자는 할리우드 영화에서 꿈꿔왔던 플라잉카가 어떤 의미에서는 이미 실현됐다고 감탄했다. 이항은 올해 세계 최초로 무인으로 운영되는 플라잉 택시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미래항공모빌리티(AAM) 실현지수/그래픽=윤선정
미래항공모빌리티(AAM) 실현지수/그래픽=윤선정
이항의 기술력도 높다. 미국의 항공산업 전문 컨설팅업체 SMG컨설팅은 미래항공모빌리티 실현지수(ARI·AAM Reality Index)를 발표하고 있다. ARI는 0점(자금조달이 거의 또는 전혀 없이 시장만을 고려하는 회사)부터 10점 만점(연간 수천 단위로 생산되는 상용 제품을 보유한 회사)까지 점수를 매기는데, 아직까지 미래항공모빌리티(AAM) 시장에서 10점 만점을 받은 기업은 없다.

지난 6월 발표된 ARI에서는 독일의 볼로콥터가 8.6점으로 1위를 차지했으며 이항은 8.5점으로 2위를 기록했다. 4월 이후 독일의 볼로콥터가 자금조달에 성공하며 점수가 8.4점에서 8.6점으로 오르면서 이항이 2위로 내려앉았지만, 이항은 작년부터 1, 2위를 다투고 있다.

ARI 10위권에는 미국과 독일, 프랑스 등 유럽기업이 다수 포진하고 있으며 중국 기업은 이항과 에어로퓨지아 2곳이 진입했다.

글로벌 항공기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보잉(위스크)과 에어버스도 플라잉카 개발에 나서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모간스탠리가 eVTOL 등 플라잉카 시장이 2040년 1조달러로 달할 것으로 전망할 정도로 성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저고도 경제는 최근 중국 정부가 내세우고 있는 기술 혁신 주도의 '신품질 생산력'(新質生産力)을 대변하는 산업이다. 정말 베이징에서 마차 대신 플라잉카를 볼 수 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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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 사진 김재현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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