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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 窓]의사 출신 창업가의 강점과 약점

최윤섭 디지털헬스케어파트너스 대표 기사 입력 2024.08.28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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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섭 디지털헬스케어파트너스 대표 /사진=남미래
최윤섭 디지털헬스케어파트너스 대표 /사진=남미래
최근 의사 출신 스타트업 창업가가 크게 늘고 있다. 지난 몇 년 동안 국내 스타트업과 벤처투자업계의 외연이 확장되면서 의료전문가 유입이 늘었고 디지털헬스케어를 비롯한 융합의학분야가 발전하면서 직접 창업전선에 뛰어들려는 의사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또한 의정갈등이 장기화하면서 진료실 밖의 진로를 모색하는 의사가 늘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필자의 회사는 최근 의사 출신 창업가를 모집해 육성하는 '의사 창업가 부트캠프'를 시작했다. 여기에 예상보다 많은 지원자가 몰린 탓에 선발과정에서 행복한 고민에 빠지기도 했다.

이처럼 의사 출신 창업가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필자는 의사가 스타트업을 창업할 때 유리한 점과 불리한 점에 대해 종종 질문을 받는다. 의사 출신 창업가를 만나고, 또 투자한 경험에서 느낀 점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의사 출신 창업가가 유리한 점은 무엇보다 의료 전문성에 있다. 이는 의사가 아니면 가질 수 없는 경쟁력이다. 의료현장의 진짜 문제가 무엇이고 어디에 사업기회가 있는지, 니즈가 무엇인지를 의사보다 더 잘 파악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폭넓은 의료계 네트워크도 도움이 된다.

또한 의사들은 가설을 세우고 근거에 기반해 체계적으로 사고하는 훈련이 돼 있으므로 린 스타트업을 포함한 스타트업 성장의 방법론도 빠르게 배울 수 있다. 스타트업은 시장에 대한 가설을 실험을 통해 빠르게 수정하고 검증해나가는 조직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의사들은 기본적으로 똑똑하고 성실하다. 스타트업은 고도의 지적노동이자 육체노동이다. 특히 스타트업 창업가는 체력적, 정신적으로 바닥을 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의사들은 최고 수준의 지적능력뿐만 아니라 수련을 받으며 체력적, 정신적 극한까지 경험한 사람들이므로 창업가로서도 유리한 측면이 있다.

반면 의사 출신 창업가가 극복해야 할 점도 많다. 가장 어려운 점은 의사에서 사업가로 진화하는 것이다. 아무리 의료 전문성을 가진 창업가라도 결국 사업가로 성장할 수 있어야 사업이 성공한다. 하지만 이것은 너무도 어렵고 고통스러운 과정이다. 필자가 아는 성공한 의사 창업가들은 모두 이 진화에 성공했다.

또한 의사들은 주로 병원에서만 근무했고 기업에서 일해본 경험이 부족하다는 것도 약점이다. 병원과 기업 모두에서 일해본 필자의 경험으로는 두 조직의 운영방식은 너무도 다르다. 커뮤니케이션 방식, 인간관계, 조직문화, 의사결정구조 등이 판이하다. 즉, 의사 출신 창업가는 본인이 경험하지 못한 조직의 수장이 돼야 하므로 시행착오가 없을 수 없다.

물러설 곳이 있다는 것도 단점이 될 수 있다. 인생을 걸고 노력해도 많은 경우 실패하는 것이 스타트업이다. 의사 창업가는 사실 언제든 진료실로 돌아갈 수 있는 옵션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사업이 어려워지는 경우 대표자로서 모든 것을 걸고 어려움을 헤쳐나가려고 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을 수 있다.

더구나 창업 이후에도 병원진료를 병행하는 경우도 많다. 특히 교수창업의 경우가 그렇다. 이 경우 사업에 투입하는 시간과 노력이 분산된다. 또한 이렇게 대표자가 풀타임으로 일하면서 리스크를 적극적으로 감내하지 않는 조직은 벤처투자자를 설득하기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사실 많은 벤처투자자가 의사 출신 창업가들이 정말 사업에 올인할지에 대해 (경험에 기반한) 의구심을 품는다. 의사 창업가 입장에선 이것도 극복해야 할 과제 중 하나다.

스타트업은 대표자의 역량에 성패가 크게 좌우되는 조직이다. 뚜렷한 강점을 가진 의사 출신 창업가가 늘어나는 것은 크게 환영할 만한 일이다. 다만 앞서 언급했듯이 의사 창업가들은 여러 약점 또한 가지고 있다. 강점은 극대화하고 약점은 현명하게 보완함으로써 성공적인 의사 창업가가 더 늘어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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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 사진 최윤섭 디지털헬스케어파트너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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