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원자력연구원 첨단방사선연구소, '세계 3대 섬유작물' 케나프 국산 품종 개발
내년 '내병성·내염성' 강화한 신품종 선봬… '케나프 목재 플라스틱'으로 시장 진출
"물만 잘 줘도 5개월 동안 4미터(m)까지 쭉쭉 자랍니다. 나무가 이만큼 자라려면 몇 년이나 걸리죠. 유럽연합(EU)이 벌채 규제법을 도입하면서 목재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예견되는데, 국산 신품종 케나프가 가장 효율적인 대체재가 될 겁니다."
류재혁 한국원자력연구원(이하 원자력연) 첨단방사선연구소 방사선육종연구실 책임연구원이 22일 연구소 뒤편에 넓게 펼쳐진 케나프 재배지를 소개하며 이처럼 말했다. 약 6600제곱미터(㎡) 너비의 밭에 일반 성인의 키를 훌쩍 넘길 만큼 높게 자란 케나프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케나프(학명 Hibiscus cannabinus L.)는 한 해를 사는 초본식물이다. 초본식물은 잔디, 쑥 등 일반적으로 '풀'이라 부르는 대부분의 식물을 지칭한다. 수확한 케나프를 발효시켜 섬유를 얻을 수 있는데, 이렇게 만든 섬유는 매우 질기고 튼튼해 펄프, 기능성 벽지, 건축용 보드. 기능성 의류 등의 소재로 사용할 수 있다. 케나프가 세계 3대 섬유작물의 하나로 불리는 이유다.
류 책임연구원은 "목재처럼 벌채하는 과정이 없기 때문에 산림을 파괴하지 않으면서도, 이산화탄소 흡수율은 삼나무의 7배에 이를 정도로 높다"고 설명했다. 이런 특성 때문에 값비싼 목재를 대체할 미래 유망자원으로 각광받고 있지만, '국산 케나프'가 등장한 건 불과 10여년 전이다. 아프리카가 원산지인 케나프를 2013년, 원자력연이 방사선 돌연변이 기술을 통해 국내 기후환경에서도 자랄 수 있도록 개량했다. 그렇게 탄생한 게 첫 국산 케나프 품종 '장대'다.
류 책임연구원은 "이후 생산성과 기능을 높여가며 '완대', '원백', '원청', '적봉' 등 케나프 신품종을 차례대로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중 원자력연이 이미 품종보호권을 보유한 품종이 완대와 적봉 등이다. 완대는 생산성을 크게 늘린 품종으로 한 번에 많은 양의 케나프를 수확할 수 있다. 적봉은 항산화 효능을 가진 안토시아닌이 대량 함유돼 있다. 향후 기능성 섬유, 화장품 등으로 활용할 수 있다.
품종보호권 출원을 앞두고 있는 신품종은 '원청'. '원강' '원백' 등이다. 이 중에서도 특히 병원균이나 바이러스에 강해 거의 병에 걸리지 않는 '원백'이 2025년 신품종으로 정식 등록될 예정이다. 원백은 기후 변화로 인해 높아진 토양 내 염분도 잘 견디는 내염성도 갖췄다. 류 책임연구원은 "현재 화옹간척지 등 전국 3개 간척지에서 실증 재배 중"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수확한 케나프에 전자선(전자의 흐름이 균일한 방사선의 일종)을 쬐면 목재플라스틱복합재(WPC) 등 친환경 바이오 소재로 개발할 수 있다. 첨단방사선연구소는 지난해 케나프를 목재플라스틱 제품에 활용할 수 있는 제조 기술을 개발해 특허 출원했다. 도일에코텍, 더자연 등 중소기업과 손잡고 케나프 기반 목재플라스틱의 대량생산 가능성을 실증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계란난좌, 칫솔케이스, 전선방호관 등 시제품이 제작돼 공인 시험까지 마쳤다는 설명이다.
류 책임연구원은 "향후 더 다양한 케나프 품종을 개발해 고기능성 의료용 신소재, 화장품, 마스크팩, 기저귀 등 다양한 제품을 개발할 것"이라며 또 다른 원자력연 출범 연구소기업의 탄생을 예고했다. 연구소기업은 정부출연연구기관이 일회성 기술 이전에 그치지 않고 기업에 지속적으로 투자하며 신기술을 접목한 제품을 내놓는 형태의 합작회사를 말한다.
정병엽 첨단방사선연구소장은 "첨단 방사선 기술로 앞으로도 친환경 제조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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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 사진 정읍(전북)=박건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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