틱톡에 뺨맞고 韓에 분풀이?…폭리·끼워팔기 '선 넘은' 구글

이정현 기자 기사 입력 2024.01.17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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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프리미엄 가격 43%↑
광고매출 둔화 원인으로 꼽혀
국내 음원시장 혼란도 부추겨
공정위 적극개입 필요성 제기


구글이 지난해 말 한국 유튜브 프리미엄 구독 가격을 1만4900원으로 43% 올려 논란이 된 가운데 업계에서는 주 수입원인 광고 매출 둔화 책임을 국내 소비자에 전가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구글이 이처럼 독과점적 지위를 남용하는 데는 공정거래위원회의 방임으로 국내 앱(애플리케이션) 경쟁력이 약해졌기 때문이라는 시각도 있다.

16일 구글 모기업 알파벳의 2023년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유튜브의 글로벌 광고 매출은 2020년 198억 달러에서 2021년 288억 달러로 45.5% 급성장했다. 하지만 2022년 광고 매출은 292억 달러로 전년 대비 많이 증가하지 않았다. 2023년 광고 매출도 크게 높아지진 않을 전망이다.

IT(정보기술) 업계에서는 유튜브 광고 매출 둔화 원인을 숏폼(짧은 길이 영상 콘텐츠)의 등장에서 찾는다. 대표적인 숏폼 플랫폼 틱톡의 광고 매출은 2020년 26억 달러에서 2021년 47억 달러, 2022년 94억 달러로 2년간 262% 증가했다. 유튜브 광고 매출 증가율의 5배가 넘는다. 유튜브는 틱톡을 견제하기 위해 2021년 '숏츠' 서비스를 출시했다. 숏츠는 출시 1년 만에 하루 조회 수가 300억 회에 달하고 한 달 로그인 시청자 수가 15억 명에 달하는 등 흥행에 성공했다. 하지만 숏폼 특성상 길이가 짧아 광고를 많이 붙이기 힘들어 매출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IT 업계에서는 구글이 전 세계적으로 유튜브 프리미엄 가격을 인상한 것은 광고 매출 둔화로 인한 전체 매출 감소를 방어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한다. 한국에서의 인상률이 43%로 높은 것은 공정위가 구글의 불공정 행위를 인지했음에도 빠르게 시정하지 않아 국내 앱 경쟁력이 약해졌고 구글은 독과점적 지위를 확보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구글은 유럽과 달리 플랫폼 규제가 약한 한국에서 영향력을 급격히 키우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국내 전체 트래픽 비중에서 네이버가 1.7%, 카카오가 1.1%를 차지한 가운데 구글은 28.6%로 1위를 차지한다. 그런데도 구글은 한국에 망 사용료를 제대로 내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유튜브 프리미엄을 앞세워 국내 음원 앱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공정위가 유튜브의 뮤직 끼워팔기를 제재하지 않자 지난해 12월 유튜브 뮤직 MAU(월간 활성 이용자 수)는 수년 간 국내 1위 음원 앱이었던 멜론을 넘어섰다.

IT 업계에서는 국내 앱들이 구글과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도록 공정위가 서둘러 시정조치를 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공정거래법상 끼워팔기는 '거래강제'로 불공정거래행위로 분류되는데 공정위는 지난해 2월 유튜브 뮤직 끼워팔기로 구글코리아를 조사한 후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망 사용료 납부가 법제화돼있는 일본도 유튜브 프리미엄 가격은 1만780원"이라며 "구글은 한국을 제외한 42개국에서 한 번 결제로 최대 6명까지 이용할 수 있는 가족 요금제를 지원하는 등 다양한 선택지를 제시하고 있다. 공정위가 결정을 서둘러 구글이 한국에서만 누리는 독과점적 지위를 내려놓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 기자 사진 이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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