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AI 활용 망설이는 콘텐츠 업계…"저작권 기준 더 명확해야"

이정현 기자 기사 입력 2024.01.08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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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산업에 생성형 AI(인공지능)의 바람이 불고 있는 가운데 생성형 AI를 도입하지 않은 기업들이 '관련 법령의 미비'를 가장 큰 요인으로 꼽은 것으로 나타났다. 생성형 AI가 등장한 이래로 꾸준히 제기된 저작권 문제가 여전히 생성형 AI 도입의 발목을 잡고 있어 신속한 개념 정립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최근 발표한 '2023년 상반기 콘텐츠 산업 동향분석'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생성형 AI를 도입하지 않은 기업 1383개 사를 대상으로 도입에 장애가 되는 외부요인(1+2순위)에 대해 조사한 결과 40.8%가 '관련 법령의 미비'를 꼽았다. 'AI로 인한 사고 책임 소재의 불명확성(38.5%)'과 '데이터 유통에 대한 엄격한 규제(38.3%)'가 뒤를 이었다.

또 전체 15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생성형 AI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 필요한 지원(1+2순위)을 조사한 결과 'AI 창작물을 IP(지식재산권)로 인정할 수 있는 범위 기준 마련'이 44.3%로 가장 높았다. 다음으로 '정당한 학습데이터 활용을 위한 저작권 제도 개선(41.5%)', '콘텐츠 산업에 대한 이해도를 가진 빅데이터 전문 인력 양성(38.5%)' 순이다.

저작권 문제가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것은 콘텐츠 기업들이 생성형 AI를 주로 제작 환경에서 사용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콘진원 보고서에 따르면 생성형 AI를 도입한 기업 117개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1+2순위) 59.8%가 제작 환경에 도입했다. 제작 비용이 많이 드는 애니메이션(92.9%)과 게임(63.2%) 산업에서 이용 빈도가 특히 높았다.

전병극 문화체육관광부 제1차관이 24일 서울 용산구 한국저작권위원회 서울사무소에서 열린 AI-저작권법 제도개선 워킹그룹 출범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뉴스1
전병극 문화체육관광부 제1차관이 24일 서울 용산구 한국저작권위원회 서울사무소에서 열린 AI-저작권법 제도개선 워킹그룹 출범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뉴스1

저작권 문제가 기업들이 생성형 AI를 도입하는 데 걸림돌이 되자 정부도 서둘러 관련 연구에 착수해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해 말 '생성형 AI 저작권 안내서'를 통해 △AI 산출물의 저작권 침해 방지를 위한 권고사항 △AI 산출물의 저작권 등록 가능 여부 등을 밝혔다.

문체부는 AI 산출물의 저작권 등록 가능 여부에 대해 '어떠한 표현 행위에도 인간의 창작적 개입이 있었다고 볼 수 없는 AI 산출물에 대한 저작권 등록 불가'라고 했다. 다만 'AI 산출물에 인간이 수정·증감 등 창의적으로 추가 작업을 해 그 부분만 저작물성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저작권 등록 가능'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추가 작업'의 비중을 놓고 더 명확한 기준이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생성형 AI를 어느 정도 비중으로 활용해야 콘텐츠 자체에 대한 저작권을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인지, 작가 본인의 기존 저작물을 생성형 AI에 학습시켜 도움을 받아도 그 부분에 대한 저작권은 인정받을 수 없는 것인지 등 세세한 기준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저작권 기준이 모호하다 보니 관련 기술의 개발도 더딘 상황이다. 대표적으로 작가들의 작업 시간을 줄여주기 위해 작가별 생성형 AI 툴을 개발 중인 네이버 웹툰은 저작권 규정을 지켜보며 기능을 조정 중이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도 생성형 AI 툴을 개발하겠다는 방향성은 가지고 있지만 아직 착수하지 못하고 있다.

콘텐츠 업계 관계자는 "최근 웹툰이나 게임 일러스트레이션, 음악 제작 등에 생성형 AI 활용이 늘어나고 있는데 생성형 AI 제작 툴을 활용했을 때 저작물로 인정받기 어렵다면 만들어도 안 쓸 것"이라며 "생성형 AI 학습 저작권도 중요하지만 산출물에 대한 저작권 인정 여부에 대해서도 명확히 기준을 정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기자 사진 이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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