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 중단·폐업 상담하는 바이오社… "메가펀드, 5조는 돼야"

이창섭 기자 기사 입력 2023.09.14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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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신약개발 육성 정책 방안' 포럼
"그래도 돈이 전부"… 3상 임상 지원, 세제 혜택 강조
상장 유지 조건·기술성 평가기관 역량 개선도 지적

 한국제약바이오헬스케어연합회가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바이오 경제 시대의 글로벌 신약개발 육성 정책 방안'을 주제로 포럼을 열었다./사진=이창섭 기자
한국제약바이오헬스케어연합회가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바이오 경제 시대의 글로벌 신약개발 육성 정책 방안'을 주제로 포럼을 열었다./사진=이창섭 기자
"지금껏 400억원 투자받았다는 저희 고객도 이제 임상 시험 다 중단하고, 이제는 폐업을 상담하고 계세요."

신약 인허가 컨설팅과 CRO(임상시험수탁) 서비스를 제공하는 메디헬프라인 비상장 (5,000원 0.00%)의 박옥남 대표는 최근 바이오 시장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글로벌 바이오헬스 시장 규모는 2024년 약 3300조원이 예상되지만 국내 기업의 경쟁력은 아직도 존재감이 희미하다. 국내 제약·바이오 시장의 혹한기가 지속되는 가운데 업계 전문가들은 특단의 대책을 주문했다. 핵심은 '돈'이다. 3상 등 후기 임상 시험 비용을 지원하고, M&A 등에 세제 혜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대 1조원 목표로 추진되는 바이오 메가펀드는 "적어도 5조원은 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한국제약바이오헬스케어연합회는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바이오 경제 시대의 글로벌 신약개발 육성 정책 방안'을 주제로 포럼을 열었다. 이날 포럼에는 김봉석 보령 (10,180원 ▼90 -0.88%) 신약연구센터 전무, 오세웅 유한양행 (111,800원 ▼3,500 -3.04%) 부사장 등 업계 관계자들이 여럿 참석했다.
김봉석 보령 신약연구센터 전무가 14일 서울 여의도 '바이오 경제 시대의 글로벌 신약개발 육성 정책 방안' 포럼에서 발제를 맡아 발언하고 있다./사진=이창섭 기자
김봉석 보령 신약연구센터 전무가 14일 서울 여의도 '바이오 경제 시대의 글로벌 신약개발 육성 정책 방안' 포럼에서 발제를 맡아 발언하고 있다./사진=이창섭 기자
김 전무는 보령의 항암 신약 파이프라인 'BR2002' 연구를 주도하고 있다. 그는 국내외 신약 연구·개발(R&D) 현황을 강조하며 "그래도 돈이 전부이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국내 상위 10개 제약사 R&D 비용 합계는 2조1000억원이다. 그러나 글로벌 R&D 비용 1위인 로슈의 17조원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전 세계 20위 제약사 머크의 R&D 비용은 2조3000억원이다. 김 전무는 "우리나라 10대 기업이 다 모여도 글로벌 20위 기업의 R&D 비용을 못 따라간다"고 말했다.

정부가 후기 임상인 3상 시험의 비용도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현재 정부는 신약 개발의 초기 단계와 임상 2상까지의 비용만 지원한다. 김 전무는 "글로벌 블록버스터(연 매출 1조원) 신약이 되려면 전 세계 규모의 임상 3상 시험 및 이를 위한 수천억원이 필요하다"며 "우리나라에는 3상 비용을 지원하는 체계가 없어 대부분 회사가 다국적 제약사에 후보물질을 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만 임상 3상에 다다른 신약 후보물질의 개발비 지원은 WTO(세계무역기구)가 규제하는 수출 보조금에 걸린다는 현실적인 이유가 있다.

김 전무는 최근 정부가 조성 중인 'K-바이오·백신 펀드'에는 "1조원이 아니라 5조원을 주장한다"며 "적어도 이 정도는 돼야 신약이 임상 3상을 마치고 글로벌 블록버스터가 될 수 있다고 감히 주장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바이오벤처의 생존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기술특례 상장을 심사하는 평가기관의 역량 개선과 상장폐지조건 완화 등이 언급됐다.

이정규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 (3,870원 ▼85 -2.15%) 대표는 "현재 바이오벤처가 상장하면 약간의 유예 기간을 두고 매출과 법인세 차감 전 손실 등으로 상장폐지 요건에 걸릴 수 있다"며 "지금 시대에선 이런 기준이 적절치 않은데 2000년대 초기 바이오벤처들은 임상 시험을 거의 수행하지 않았지만, 최근에는 활발하게 진행한다. 임상 비용도 3~4년 새 2배 늘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현재 상장 제도는 그대로 유지하되 관리종목 지정 요건의 적용을 지금 시점에서 2~3년 유예하고, 바이오산업에 맞는 상장 유지 조건이 무엇인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미국에서는 바이오벤처가 수익과 매출이 없어도 시가총액 650억원만 맞추면 인정해준다"고 덧붙였다.
오세웅 유한양행 부사장이 14일 서울 여의도 '바이오 경제 시대의 글로벌 신약개발 육성 정책 방안' 포럼에서 발제를 맡아 발언하고 있다./사진=이창섭 기자
오세웅 유한양행 부사장이 14일 서울 여의도 '바이오 경제 시대의 글로벌 신약개발 육성 정책 방안' 포럼에서 발제를 맡아 발언하고 있다./사진=이창섭 기자
오세웅 유한양행 부사장은 "바이오벤처의 기술성 평가를 진행하는 평가기관 사이의 역량과 공신력 차이가 있는 것 같다"며 "좋은 기업이 평가를 박하게 받는 경우도 있고, 반대로 공정하지 못하다는 사례가 많이 들린다"고 지적했다.

오 부사장은 "국내 바이오벤처의 엑시트 모델은 IPO인데 많은 분이 M&A도 말씀하신다"며 "유한양행도 그런 기회를 보고는 있지만, 그런 부분에서 세제 혜택을 보완해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업계 관계자들의 의견 개진에 정부는 국무총리 산하의 범정부 총괄 콘트롤 타워인 '바이오헬스 혁신위원회'를 올해 하반기 출범하겠다고 밝혔다. 김현주 보건복지부 보건산업진흥과장은 "이 위원회를 통해서 전주기 계획 수립이라든지, 규제 합리화 등으로 바이오헬스 산업을 제2의 반도체로 육성하겠다"고 말했다.
  • 기자 사진 이창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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