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견기업들의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이 과거 스타트업 지원·육성이라는 소극적 방식에서 신사업 개발이라는 적극적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 전략적 투자와 PoC(기술검증)를 지원하면서 신사업에 안정적으로 진출하는 모습이다. LS일렉트릭과 현대차, 청호나이스, 대웅제약 등이 대표적이다.
14일 LS일렉트릭은 지난 3월 처음 진행한 오픈 이노베이션에 참가한 6개사 가운데 마이데이터 업체인 에스엔피랩에 5억원 투자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당장 협업할 일은 없지만 향후 필요하다고 보고 시장 선점을 위해 가장 먼저 투자를 결정했다는 설명이다. 또 다른 업체도 이달 중 투자할 예정으로 조건을 조율하고 있다.
다른 업체들과 PoC도 진행중이다. 스마트팩토리 솔루션을 개발한 시즐은 이미 LS일렉트릭의 플랫폼인 테크스퀘어의 공급기업으로 등록돼 참여 중이다. 딥러닝 기반 비전 소프트웨어 전문기업인 뉴로클과는 머신러닝 기술을 LS일렉트릭의 소프트웨어에 적용 가능한지 검증 작업을 벌이고 있다. 플러그링크와는 LS일렉트릭이 추진하는 공동주택용 안전설비 가운데 전기차 특화 전기설비에 대해 협력할 예정이다. 에너지 맵을 분석하는 나인와트와도 협업을 논의 중에 있다.
LS일렉트릭 관계자는 "LS일렉트릭이 빠른 시일내 직접 하기 어려운 경우 테크스퀘어를 통해 협업한다"면서 "오픈 이노베이션 사업으로 선정된 스타트업과는 올해 말까지 PoC를 완료하고 실제 협업에 대한 논의와 계약을 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현대차 (216,000원 ▲500 +0.23%)그룹의 글로벌 오픈 이노베이션은 유명하다. 2019년부터 글로벌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기술협력을 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국내 1팀, 북미 5팀, 유럽 3팀, 중국 1팀, 이스라엘 2팀 등 총 12팀을 선정했으며, 지난 11월 이들과의 기술개발 협업 결과물을 시연하는 오픈 이노베이션 라운지를 개최한 바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는 최근 인수합병(M&A) 한 자율주행 스타트업 포티투닷이 꼽힌다. 현대차그룹은 2019년 포티투닷 설립초기부터 투자를 단행해 20.36%의 지분을 확보했고 지난해 4월엔 모빌리티 총괄본부를 신설하면서 송창현 포티투닷 대표를 본부장(사장)으로 영입하는 등 각별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이번 M&A로 현대차그룹은 테슬라 등 글로벌 자율주행 기업들과의 기술 격차를 좁히는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렌탈 전문기업 청호나이스는 스타트업을 통해 헬스케어 사업에 진출했다. 청호나이스는 지난 6월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 모노랩스에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한데 이어 지난 13일엔 아예 합작법인(JV) '하이플래닛'을 설립했다고 밝혔다. 하이플래닛은 온·오프라인 연계(O2O)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를 제공할 슈퍼 앱을 개발할 예정이다. 모노랩스의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 개발 역량과 청호나이스의 전국 단위 오프라인 영업 인프라의 강점을 살리고 각각의 주요고객인 MZ세대와 중장년층을 함께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대웅제약도 오픈 이노베이션에 적극적이다. 2020년 제약·바이오 분야 전문 액셀러레이터로 등록한 대웅제약은 올해 팁스 운영사로 선정됐으며, 2024년 완공을 목표로 마곡에 이노베이션 큐브도 구축하고 있다. 헬스케어 사업 진출도 스타트업과 협업으로 모색 중이다. 대웅제약은 최근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 휴먼스케이프의 임신·육아 플랫폼 '마미톡'과 손잡고 임산부 혈당관리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한 중견기업 자문위원은 "히든챔피언 중견기업에 그동안 기업의 혁신과 지속경영을 위해서는 오픈 이노베이션이 필요하다고 수차례 조언했으나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면서 "하지만 현대차와 포티투닷의 사례에는 관심을 표명했다. 대기업의 변화와 성공사례 발굴은 중견기업의 변화로도 이어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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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 사진 김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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