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선 지키면 보험료 60% 할인"...테슬라보험 국내에도 나온다

고석용 기자 기사 입력 2022.08.22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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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업팩토리]AI로 안전거리, 차선유지 등 운전습관 분석해 보험료 산출...자동차보험 시장 지각변동

[편집자주] '테크업팩토리'는 스타트업과 투자업계에서 가장 '핫'한 미래유망기술을 알아보는 코너입니다. 우리의 일상과 산업의 지형을 바꿀 미래유망기술의 연구개발 동향과 상용화 시점, 성장 가능성 등을 짚어봅니다.
서울 강변북로를 지나는 차량 모습. /사진=뉴시스
서울 강변북로를 지나는 차량 모습. /사진=뉴시스
"안전거리는 확보하는 편인가요?" "노란불에는 가속하나요?" "차선은 얼마나 빠르게 변경하세요?" 사고 확률과 직결되는 질문이지만 정작 보험사들이 묻지 않는 질문들이다. 운전자에게 묻는다 해도 객관적 사실을 확인할 방법이 없어서다. 어쩔 수 없이 보험사들은 운전자의 나이, 과거 사고이력이나 평균 주행거리·시간 등 정보를 확인해 사고확률을 추정해왔다.

그러나 최근들어 인공지능(AI) 기술이 보험사들의 질문에 답을 해주기 시작했다. 3세대 보험 개념인 '운전습관 기반 보험(BBI·Behavior-Based Insurance)'의 얘기다. 테슬라나 제네럴모터스(GM) 등 미국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자사 자동차 고객을 대상으로 이같은 보험상품을 도입한 데 이어 국내에서는 스타트업 카비가 관련 솔루션을 개발해 보험업계와 협업을 추진하고 있다.


3세대 車보험 'BBI보험'…진짜 사고원인만 분석


BBI보험은 사고를 유발하는 '운전습관'을 파악해 보험료를 산출하는 보험이다. 자동차에 설치된 카메라, 레이더, 라이다 등 센서들을 통해 AI가 앞차와의 거리, 차선 유지, 신호등 상태 등 주행데이터를 인지·처리하고 운전습관 점수를 계산하는 방식이다. 운전에 개입하는지 여부만 제외하면 ADAS(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이나 자율주행시스템과 동일한 원리다. 측정된 안전습관 점수는 보험료 할증·할인으로 이어져 운전자의 습관 개선과 보험사의 손해율 관리에도 기여한다.

BBI보험이 등장하기 전까지 자동차보험은 운전자 신상정보와 주행정보를 기반으로 보험료를 책정했다. 특히 나이, 성별, 사고유무 등 운전자의 신상정보는 보험료 산출의 가장 기본적인 정보다. 통계적 결과를 토대로 한 계산이지만 합리적인 산출이라고 보기는 어려웠다.

이에 주행거리 등 주행정보를 기반으로 하는 2세대 보험(UBI·Usage-Based Insurance)이 등장한다. 국내 캐롯손해보험의 퍼마일자동차보험이 대표적이다. 차량에 단말기를 설치하거나 스마트폰 GPS로 주행거리를 수집하고 가속·과속·제동 등 기초정보를 더해 보험료를 산출하는 방식이다. 운전과 직접 연관된 정보를 더했지만 아직 문제는 남아있었다. 보험연구원도 2020년 리포트를 통해 "UBI보험이 정작 운전습관이나 운전자의 실제 행동 등 사고 가능성과 밀접한 데이터는 수집하지 못한다"고 꼬집었다.

이에 차량 센서와 AI 처리기술을 더한 BBI보험이 등장한 것이다. BBI보험이 차량의 센서들과 AI를 기반으로 하는 만큼 해외에서는 테슬라나 GM 등 자동차 업체들이 해당 시장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테슬라는 지난해 10월 미국 텍사스주를 시작으로 현재(3월 기준) 캘리포니아, 오하이오, 일리노이, 애리조나 등 미국 5개주에서 BBI보험 서비스를 제공한다. 운전습관이 평균보다 좋은 경우 20~60%까지 보험료를 할인받는 방식이다. GM 역시 올 상반기까지 BBI보험을 내놓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테슬라·GM도 뛰어든 BBI보험…한국선 스타트업이 보험사와 협업 준비


국내에서는 스타트업 카비가 BBI보험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카비는 지름 9.5cm의 원형 장치나 길이 15cm의 직육면체 장치를 차량 내 블랙박스 옆이나 대시보드에 부착해 운전데이터를 수집한다. 카메라 등 센서를 기반으로 주행 중 앞 차와의 안전거리, 차선이탈, 신호위반 빈도, '칼치기'형 차선변경, 불필요한 급가속 등 38가지 데이터를 수집하는 장치다.

수집된 데이터는 자체 알고리즘을 거쳐 안전점수로 산출된다. 향후 보험사의 BBI보험 상품이 적정 보험료를 산출하는 통계지표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카비는 데이터 수집과 알고리즘 고도화를 위해 463만km 거리, 30만 시간을 주행하면서 208만건의 위험요소를 감지하는 실증을 진행했다.

스타트업이 이같은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것은 카비 창업자인 이은수 대표가 ADAS기술 엔지니어 출신이기 때문이다. 당초 카비 설립 당시 주요 타깃도 보험시장보다는 운전보조장치 시장 전반에 걸쳐있었다. 카비 관계자는 "2010년 후반부터 인슈어테크 분야에 집중하기 시작했다"며 "영상인식·분석과 관련된 원천기술을 가지고 있는 것이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카비 솔루션이 BBI상품과 결합 가능성을 보이면서 최근에는 글로벌 시장에서 러브콜을 받고 있다. 이미 2019년에는 영국의 보험기업 띵코에 해당 솔루션 4000대를 납품하기도 했다. 코로나19(COVID-19)로 해외사업 확장이 일시중단됐으나 올해부터는 코트라와 함께 영국 등 유럽시장 재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한 대형 보험사와 지난해 기술검증(PoC)을 진행했고 올해 시장 출시를 조율하고 있다.

투자업계도 카비의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카비는 삼성벤처투자, 포스코기술투자, IMM인베스트먼트 등으로부터 누적 202억원(시리즈B)의 투자를 유치했다. 올해 중으로는 시리즈B 브릿지 투자를 유치할 계획이다.

ADAS와 자율주행기술의 발전으로 BBI보험 시장은 더욱 성장할 전망이다. 일부 국내 보험사 등은 BBI보험을 직접 준비하고 있지만 스타트업 업계는 ADAS 등 기술이 단기간 내 개발하기 어려운 만큼 기술 스타트업과의 협업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카비 관계자는 "올해부터 국내 보험업계와의 협업이 가시화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코로나19로 멈췄던 해외시장 진출도 본격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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