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업팩토리]②디지털치료제-우울증 등 정신질환 관련 감성 행동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 ‘시동’
[편집자주] ‘테크업팩토리’는 스타트업과 투자업계에서 가장 '핫'한 미래유망기술을 알아보는 코너입니다. 우리의 일상과 산업의 지형을 바꿀 미래유망기술의 연구개발 동향과 상용화 시점, 성장 가능성 등을 짚어봅니다.
#, 지난해 10월, 현대차가 MIT(매사추세츠공과대)미디어랩과 함께 어린이들을 위한 전동차 ‘미니 45’(Mini 45 EV)를 개발했다. 이 차는 특별한 기능이 내장됐다. 운전자의 표정, 심장박동수, 호흡 등의 정보를 실시간 수집해 감정과 신체적 상태를 분석·표현하고, 조명·온도·음악·향기 등을 조절한다. 이를테면 어린이가 불안해하면 빨간색 라이트가 켜진다. 또 ‘호흡유도시트벨트’가 호흡이 불규칙하다고 판단하면 ‘감정기반향기분사장치’가 달콤한 사탕향을 분사해 어린이가 숨을 편안하게 마시고 뱉도록 도와준다. 이 차는 스페인 SJD 바르셀로나 소아병원에 기증됐다. 소아암 환아들이 심리적인 불안감을 떨치고 편안하게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도우면서, 이 차를 통해 수집한 데이터는 AI(인공지능) 기반의 ‘디지털 치료제’ 개발 등의 연구자료로 활용될 예정이다.
이 차에 적용된 ‘감정 인식 차량 제어’ 기술이 도로 위 모든 차량에 탑재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김창경 한양대 디지털헬스케어센터 운영위원장(과학기술정책학과 교수)은 “최소한 폭주 행위 등 난폭 운전은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서울 행당동 한양대 퓨전테크센터에서 김 위원장과 김형숙 디지털헬스케어센터장을 만났다. 두 사람은 “정신 건강 문제는 이제 디지털로 극복해야 한다”면서 “앞으로 전기차나 자율주행차는 이동수단을 넘어 사람들의 감성 행동 데이터를 수집·분석하고 치료까지 동시에 하는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코로나 이후 ‘멘털 팬데믹’ 온다…처방은 ‘디지털 신약’=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이 올해 개최한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 전문가들은 미국의 다음 팬데믹(대유행)은 ‘행동·정신건강 후유증’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코로나19(COVID-19) 장기화로 ‘코로나 레드’(짜증·분노), ‘코로나 블랙’(암담함) 등을 호소하는 환자가 급증해서다.
김 센터장은 이제 우울증은 정신질환이 아니라 사회적 현상·문화로 보고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코로나로 인한 통제 불가능한 위기 상황, 최근 ‘벼락거지 쇼크’로 인한 우울증, 청년실업난에 따른 불안감, 직장인들의 스트레스로 인한 불면증, 고령화로 극심해진 치매 등 의료수요가 급증하고 있지만 의료 접근성·수용성은 한계에 도달한 상태”라며 “손쉽게 다운로드 받아 쓸 수 있는 디지털 치료제 개발에 필수적인 감성 행동 정보 플랫폼 등을 신속히 구축할 때”라고 밝혔다.
디지털 치료제는 빅데이터·AI를 이용해 정신질환의 징후를 탐지하고 정신건강을 관리·치료하는 소프트웨어(SW)적 약물을 말한다. 기존 화학적 치료제와 달리 부작용이 없는 데다 코딩·복제만으로 신약개발이 가능해 개발 단가가 낮다는 이점이 따른다. 대표적으로 지난 2017년, 미국 FDA(식품의약처)가 임상 및 시판을 처음 허가한 페어 쎄라퓨틱스의 약물중독 치료용 모바일 앱(애플리케이션)인 ‘리셋(reSET)’을 꼽을 수 있다. 또 작년에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치료용 비디오 게임(엔데버 Rx)이 FDA로부터 의약품 승인을 받았다. 이 게임은 ADHD 치료용 게임 처방전을 받은 환자들에게만 판매되며, 게임을 한 지 4주가 지나면 ADHD 증상 개선 효과가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양대 디지털헬스케어센터는 사람들의 감성 행동 데이터를 수집하고 AI로 분석한 뒤 모바일 앱이나 게임 형태의 맞춤형 솔루션을 개발해 우울증·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치매·스트레스 등을 관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김 위원장은 “테러리스트의 행동에는 지나치게 두리 번 거리는 등의 의심이 가는 특징이 나타난다. 이 행동을 표준화해 코드화하면 CCTV에 탑재된 AI가 이들을 사전에 탐지할 수 있다. 우울증과 같은 정신 질환도 이런 원리로 사전 예방 및 진단·치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디지털헬스케어센터는 국내 대학 및 종합병원 11곳, 대기업, 벤처·중소기업, AI·클라우드·블록체인 전문업체, 해외 IT사 등 9곳이 컨소시엄에 참여해 공동연구를 진행 중인데 ‘디지털 치료제’를 위한 국제 표준을 선점하는 것이 목표다. 김 센터장은 “코로나19로 미국 FDA 임상 기준이 완화되면서 표준 선점 경쟁이 더 치열해졌다”며 “앞으로 대학 병원과의 디지털 치료제 임상 진행 등을 계획 중”이라고 말했다.
◇초기 시장 선점 경쟁 ‘예열’=디지털 치료제는 임상적 유효성 검증, 수가체계 도입 및 적정 수준 분석, 기술 특성에 맞는 규제 체계 정립 등 풀어야 할 과제가 많지만, 선진국에선 이미 초기 시장 선점에 열을 올리고 있다. 최근 미국, 영국 등에선 국가 의료보험 적용도 시작했다. 우리나라는 현재까지 허가 받은 제품은 없으나, ‘뉴냅스’가 뇌 손상 후 시야 장애 관련 디지털 치료제, ‘웰트’가 근감소증 관련 온라인 진단·관리 플랫폼 등을 개발 중이다.
디지털 치료제 관련 국내 주요 투자는 대부분 시리즈 B ~ C 수준으로 초기 개발단계인 데다 대부분 비상장회사 위주로 이뤄지고 있다는 게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의 설명이다. 글로벌시장조사업체 ‘스타티스다’는 디지털 치료제 시장이 2025년까지 89억 달러(약 10조원) 규모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김 위원장은 “고령화로 인한 의료비용 증가, 보건의료 재정고갈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디지털 치료제 개발은 필수”라며 “다양한 질병 영역에서 국내 바이오 관련 스타트업이 보건당국과 협력해 다양한 디지털 치료제 개발에 나서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 차에 적용된 ‘감정 인식 차량 제어’ 기술이 도로 위 모든 차량에 탑재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김창경 한양대 디지털헬스케어센터 운영위원장(과학기술정책학과 교수)은 “최소한 폭주 행위 등 난폭 운전은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서울 행당동 한양대 퓨전테크센터에서 김 위원장과 김형숙 디지털헬스케어센터장을 만났다. 두 사람은 “정신 건강 문제는 이제 디지털로 극복해야 한다”면서 “앞으로 전기차나 자율주행차는 이동수단을 넘어 사람들의 감성 행동 데이터를 수집·분석하고 치료까지 동시에 하는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코로나 이후 ‘멘털 팬데믹’ 온다…처방은 ‘디지털 신약’=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이 올해 개최한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 전문가들은 미국의 다음 팬데믹(대유행)은 ‘행동·정신건강 후유증’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코로나19(COVID-19) 장기화로 ‘코로나 레드’(짜증·분노), ‘코로나 블랙’(암담함) 등을 호소하는 환자가 급증해서다.
김 센터장은 이제 우울증은 정신질환이 아니라 사회적 현상·문화로 보고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코로나로 인한 통제 불가능한 위기 상황, 최근 ‘벼락거지 쇼크’로 인한 우울증, 청년실업난에 따른 불안감, 직장인들의 스트레스로 인한 불면증, 고령화로 극심해진 치매 등 의료수요가 급증하고 있지만 의료 접근성·수용성은 한계에 도달한 상태”라며 “손쉽게 다운로드 받아 쓸 수 있는 디지털 치료제 개발에 필수적인 감성 행동 정보 플랫폼 등을 신속히 구축할 때”라고 밝혔다.
디지털 치료제는 빅데이터·AI를 이용해 정신질환의 징후를 탐지하고 정신건강을 관리·치료하는 소프트웨어(SW)적 약물을 말한다. 기존 화학적 치료제와 달리 부작용이 없는 데다 코딩·복제만으로 신약개발이 가능해 개발 단가가 낮다는 이점이 따른다. 대표적으로 지난 2017년, 미국 FDA(식품의약처)가 임상 및 시판을 처음 허가한 페어 쎄라퓨틱스의 약물중독 치료용 모바일 앱(애플리케이션)인 ‘리셋(reSET)’을 꼽을 수 있다. 또 작년에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치료용 비디오 게임(엔데버 Rx)이 FDA로부터 의약품 승인을 받았다. 이 게임은 ADHD 치료용 게임 처방전을 받은 환자들에게만 판매되며, 게임을 한 지 4주가 지나면 ADHD 증상 개선 효과가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양대 디지털헬스케어센터는 사람들의 감성 행동 데이터를 수집하고 AI로 분석한 뒤 모바일 앱이나 게임 형태의 맞춤형 솔루션을 개발해 우울증·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치매·스트레스 등을 관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김 위원장은 “테러리스트의 행동에는 지나치게 두리 번 거리는 등의 의심이 가는 특징이 나타난다. 이 행동을 표준화해 코드화하면 CCTV에 탑재된 AI가 이들을 사전에 탐지할 수 있다. 우울증과 같은 정신 질환도 이런 원리로 사전 예방 및 진단·치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디지털헬스케어센터는 국내 대학 및 종합병원 11곳, 대기업, 벤처·중소기업, AI·클라우드·블록체인 전문업체, 해외 IT사 등 9곳이 컨소시엄에 참여해 공동연구를 진행 중인데 ‘디지털 치료제’를 위한 국제 표준을 선점하는 것이 목표다. 김 센터장은 “코로나19로 미국 FDA 임상 기준이 완화되면서 표준 선점 경쟁이 더 치열해졌다”며 “앞으로 대학 병원과의 디지털 치료제 임상 진행 등을 계획 중”이라고 말했다.
◇초기 시장 선점 경쟁 ‘예열’=디지털 치료제는 임상적 유효성 검증, 수가체계 도입 및 적정 수준 분석, 기술 특성에 맞는 규제 체계 정립 등 풀어야 할 과제가 많지만, 선진국에선 이미 초기 시장 선점에 열을 올리고 있다. 최근 미국, 영국 등에선 국가 의료보험 적용도 시작했다. 우리나라는 현재까지 허가 받은 제품은 없으나, ‘뉴냅스’가 뇌 손상 후 시야 장애 관련 디지털 치료제, ‘웰트’가 근감소증 관련 온라인 진단·관리 플랫폼 등을 개발 중이다.
디지털 치료제 관련 국내 주요 투자는 대부분 시리즈 B ~ C 수준으로 초기 개발단계인 데다 대부분 비상장회사 위주로 이뤄지고 있다는 게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의 설명이다. 글로벌시장조사업체 ‘스타티스다’는 디지털 치료제 시장이 2025년까지 89억 달러(약 10조원) 규모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김 위원장은 “고령화로 인한 의료비용 증가, 보건의료 재정고갈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디지털 치료제 개발은 필수”라며 “다양한 질병 영역에서 국내 바이오 관련 스타트업이 보건당국과 협력해 다양한 디지털 치료제 개발에 나서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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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 사진 류준영 차장 joon@mt.co.kr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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