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점 플랫폼이 자사 상품을 우대하는 행위가 긍정적일 수 있단 주장이 나왔다. 상품가격이 내려가고 품질은 개선되며 소비자가 물건을 찾는 비용도 내려간다는 주장이다. 또 경쟁당국이 소수 독점 플랫폼을 사전 지정, 규율하는 것도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1일 발표한 '온라인 플랫폼의 자사우대에 대한 경쟁정책 방향' 보고서에서 "플랫폼의 자사우대 행위는 경쟁제한적 효과와 경쟁촉진적 효과를 함께 가질 수 있다. 자사우대 행위 자체가 반드시 경쟁제한 효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며 전체적 효과도 일의적으로 단정지을 수 없다"고 밝혔다.
최근 소수의 온라인 플랫폼으로 경제력이 과도하게 집중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플랫폼 독과점 관련 정책에 대한 논의가 있다. 특히 자사우대 행위가 관심의 대상이다.
자사우대란 플랫폼이 자사 또는 계열사의 상품·서비스를 경쟁제품 대비 유리하게 취급하는 행위다. 플랫폼이 갖는 이중적 지위 또는 역할에서 비롯된다. 흔히 "심판이 선수로도 뛰는 상황"으로 비유되는 만큼 플랫폼 입점업체와 경쟁하는 건 '기울어진 운동장'이란 지적도 나온다.
보고서를 쓴 김민정 KDI 연구위원은 자사우대를 △비공개 알고리즘에 의한 배치 우대 △식별 가능한 배치 우대 △데이터에 대한 접근 차별 △기타 투입 요소 및 시장에 대한 접근 차별 등으로 구분했다.
또 자사우대의 경쟁제한적-경쟁촉진적 효과를 나눠 분석했다. 경쟁제한적 효과로는 자사우대가 경쟁 이용사업자에 미치는 영향은 행위 유형에 따라 인접 시장에서의 가격·품질 및 혁신 경쟁이 저해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배치 우대 행위의 경우 플랫폼이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정보를 왜곡, 전달함에 따라 소비자의 오인을 유발하고 합리적 선택을 방해할 위험도 있어서 착취적 남용(소비자 잉여 착취)의 성격도 가진다고 했다.
이러한 부정적 효과 이외에도 촉진적 효과도 있다고 주장했다. 자사우대 행위는 △상품가격 인하 △품질 유지 개선 △소비자 탐색비용 감소 △상품 다양성 증가 △경쟁·혁신 촉진 등의 긍정적 효과 또한 가질 수 있단 얘기다.
자사우대를 통한 플랫폼의 수익 증가로 중개서비스에 대한 투자 유인이 증가해서 품질이 개선될 가능성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제재한 쿠팡의 자사 상품에 대한 노출 순위 조작 행위에 관련해선 김 연구위원은 "검색 랭킹을 인위적으로 조작해서 자사상품을 우대하는 것으로 보였기 때문에 자사우대에 해당하는 것"이라면서도 "사건에 대한 (경쟁당국의) 집행이 적절했느냐에 대해 말씀을 드리는 건 부적절하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이밖에 자사우대 행위를 일률적으로 금지하기보단 부당한 경우에만 규율하는 현행 사후 규율 방안이 바람직하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사실상 공정위가 한 때 추진했던 사전규제 방안에 이견을 제기한 셈이다. 공정위는 플랫폼 규제를 위해 소수 독점 플랫폼의 사전지정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사전 지정을 통해 시장 획정 등 경제분석을 미리 해둬 독과점 폐해를 방지하겠단 취지다. 플랫폼이 단 기간 내 관련 시장을 독점한 이후 가격 인상 등 부정적 효과가 나타나는 상황에 대응하기 위함이다.
반면 김 연구위원은 "온라인 플랫폼의 자사우대 행위는 적절히 규율돼야 한다"면서 "지나친 규제로 인해 발생할 부작용이 오히려 더 클 수도 있으므로 자사우대는 합리의 원칙을 적용해 부당한 경우에만 규율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시장획정 및 시장지배적 사업자 판단에 지나친 엄밀성을 요구하지 않아야 한다"면서 "사전 지정이 이뤄질 경우 효율성 효과가 제한적이고 집행이 어려운 일부 행위 유형에 한정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 기자 사진 세종=유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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