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엔젤투자리스트 최고위 과정 1기 모집

이름도 바꾸겠다던 카카오…김범수 구속 갈림길에 '시계 제로'

이정현 기자 기사 입력 2024.07.22 15:44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원하는 곳에 붙여넣기 해주세요.

공유하기
글자크기
시계 제로 카카오/그래픽=김지영
시계 제로 카카오/그래픽=김지영
새로운 배를 건조한다는 마음으로 이름까지 바꿀 각오라던 카카오 (34,000원 ▼450 -1.31%)가 시계 제로 상태에 빠졌다. 김범수 창업자(경영쇄신위원장)가 사법 리스크로 구속의 기로에 놓이게 되면서 활발히 진행 중이던 쇄신 작업과 중앙집권체제로의 전환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22일 법조계와 IT(정보기술) 업계에 따르면 김 창업자는 이날 오후 2시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고 있다. 검찰은 앞서 지난 17일 김 창업자에 대해 자본시장법상 시세조종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김 창업자가 카카오의 SM엔터테인먼트 주식 매입 과정에서 시세조종을 사실상 승인한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창업자가 구속의 기로에 놓인 이날 카카오 내부는 초긴장 상태로 알려졌다. 김 창업자가 지난 18일 각 계열사 CEO(최고경영자)들과 CA협의체 위원장들을 모아 임시 그룹협의회를 진행한 것도 이런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카카오 내부에서는 김 창업자가 구속되지 않길 바라면서도 각자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보자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카카오 계열사들은 임시 그룹협의회에서 나온 정신아 대표의 말을 사실상 전사 메시지로 받아들이고 있다. 정 대표는 당시 "엄중한 현실 인식에 따라 꼭 해야 할 일들을 과감히 실행해 갈 것"이라며 "임직원들도 흔들림없이 본업에 충실해 주길 바란다"고 했다. 당시 계열사 대표들도 회의에 참석했던 만큼 카카오 계열사 관계자들은 상황을 주시하면서도 정 대표와 함께 현재 진행 중인 사업들을 잘 끌어나가겠다는 입장이다.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이 22일 오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홍효식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이 22일 오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홍효식
하지만 업계에서는 김 창업자의 신병에 따라 카카오의 향후 사업 진행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전망을 한다. 카카오가 쇄신을 선언하면서 기존 자율 경영 체제에서 중앙집권 체제로 체질을 개선 중이고 이에 따라 사업 방향이 바뀐 것도 많은데 그 중심에 있는 김 창업자가 구속된다면 사업이 제대로 진행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 창업자는 현재 경영쇄신위원장이자 정 대표와 함께 CA협의체 공동의장을 맡고 있다.

특히 카카오 계열사들이 준비 중인 해외 사업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대표적으로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경우 올해 북미 웹툰 사업 확장에 주력 중이다. 이 회사 음악 사업의 경우 올해 하반기 글로벌 확장에 초점을 맞춰 아티스트들의 월드 투어, 해외 앨범 발매 등 글로벌 활동을 지속 추진하고 유수의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기업들과 견고한 파트너십을 구축, 현지 IP 제작 및 글로벌 음악 유통 네트워크 확장에 주력할 계획이다.

카카오게임즈 (16,900원 ▼190 -1.11%)도 올해 하반기 글로벌 신작들을 공개하며 해외 진출에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해외 유망 개발사 프로스트 자이언트 스튜디오가 개발한 '스톰게이트'를 시작으로 도트 기반의 액션 RPG(롤플레잉게임) '가디스오더', 자회사 라이온하트 스튜디오가 대작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오딘: 발할라 라이징' IP를 활용한 '발할라 서바이벌' 등을 글로벌 출시할 계획이다.

김 창업자가 구속되면 이런 해외 사업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생긴다. 계열사의 주요 의사결정은 전부 CA협의체를 통하도록 했는데 협의체의 주요 구성원인 김 창업자가 부재하면 동력이 떨어질 가능성이 커서다. 또 창업자가 구속되고 기소돼 재판받게 되면 투자를 유치하기도 어려워지고 해외 네트워크를 적극적으로 확보하는데도 제약이 생길 수 있다.

카카오 관계자는 "회사 입장에서는 당연히 김 창업자가 구속되지 않는 게 가장 좋다"며 "카카오가 올해부터 중앙 통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지만 원래 자율적으로 움직이던 것들도 있어서 앞으로 사업에 어떤 영향이 있을지 잘 모르겠다. CA협의체가 생기고 김 창업자도 열심히 참여하면서 중앙에서 사업 방향성을 수정한 것도 있는데 그런 부분들에 차질이 생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기자 사진 이정현 기자

이 기사 어땠나요?

이 시각 많이 보는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