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한국은 호갱?…'영업익 550%' 애플코리아, 성적표 뜯어보니

배한님 기자 기사 입력 2024.01.17 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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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원가율 6.5%p 감소…마진율 높은 '프로' 모델 판매 증가 추정
영업이익률 여전히 비정상적으로 낮아…조세회피 문제 지적

애플코리아가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매출이 크게 증가한 건 아닌데, 본사에 지급하던 매출원가를 대폭 줄인 덕이다. 이에 법인세도 4배 가까이 증가했다. 하지만 업계는 애플이 여전히 한국에서의 매출원가를 지나치게 높게 책정, 세금을 회피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17일 애플코리아의 2022년 4분기부터 2023년 3분기까지 감사보고서(9월 결산)에 따르면 연간 매출은 7조5240억3300만원, 영업이익은 5599억7900만원이다.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2.6% 느는 데 그쳤지만, 영업이익은 같은기간 550% 폭증했다.

애플코리아의 영업이익 증가 배경은 '매출원가' 조정이다. 애플코리아는 해외에서 아이폰을 들여오면서 기기에 대한 원가를 본사에 지급하는데, '매출원가'의 대부분이 이 기기 원가에 해당한다. 지난해(2022년 4분기~2023년 3분기) 애플의 매출원가율은 88.8%로 95.3%에 달했던 전년(2021년 4분기~2022년 3분기) 대비 6.5%p(포인트) 감소했다. 매출원가를 적게 지급한 만큼 영업이익이 늘어난 것이다.

업계는 매출원가가 줄어든 이유가 마진율이 높은 고가의 프로 모델 판매가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지목했다. 2022년 4분기 출시 첫 주 아이폰 14 시리즈 판매 실적을 보면 고가의 아이폰 14 프로와 아이폰 14 프로맥스 판매 비중이 78.4%에 달한다. 아이폰 13 시리즈 출시 당시 사전예약에서 아이폰 프로와 프로맥스를 선택한 고객은 68.4%로 아이폰 14 시리즈보다 10%p 낮았다.

일각에서는 애플의 배당금 정책이 변하면서 매출원가율이 낮아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애플코리아가 본사에 지급한 배당액은 1129억원으로 전년 배당금 1243억원보다 9.1% 감소했다. 애플코리아측은 매출원가율 조정 이유에 대해 답변하지 않았다.

영업이익률도 7.4%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애플코리아의 직전년도 영업이익률은 1.2%였다. 애플코리아는 감사보고서를 발표한 2020년부터 1~2%대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이에 법인세도 전년(502억8900만원)보다 약 4배 늘어난 2006억4300만원이었다. 법인세는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책정된다. 매출이 아무리 많아도 비용을 크게 처리하면 세금을 적게 낼 수 있다.

업계는 애플코리아의 매출원가율이 95.3%에서 88.8%로 낮아졌지만 여전히 지나치게 높은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애플 본사의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애플 본사의 매출원가율은 55.9%로 한국보다 약 33%p 낮다. 이 때문에 애플 본사의 영업이익률은 29.8%로 한국의 4배 이상이다.

국민의힘 김영식 의원은 애플코리아가 판매원가를 높게 잡아 한국에서 세금을 회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애플코리아의 영업이익률 7.4%는 애플 본사의 영업이익률이 통상 20~30%인 점을 고려하면 턱없이 낮은 수치인데, 이러한 현상은 애플이 국내에서 산정하는 매출원가율이 88.8%에 달하는 기형적인 상황에 기인한다"고 했다. 김 의원은 이어 "애플의 감사보고서에는 매출 및 영업이익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인앱결제 수수료도 빠져있다"며 국내에서 발생한 애플 앱스토어 수수료 매출도 법인세를 물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10일 경기도 하남시 스타필드 하남에 오픈한 ‘애플 하남’. /사진=뉴스1
지난달 10일 경기도 하남시 스타필드 하남에 오픈한 ‘애플 하남’. /사진=뉴스1
  • 기자 사진 배한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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