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농업 및 관련 전후방산업은 정보통신(ICT), 생명공학(BT) 등 첨단기술을 접목한 혁신경쟁이 한창이다. 산업현장에서는 이미 푸드테크(FoodTech)로 무장한 농식품벤처들의 활약과 소비자 호응이 잇따르면서 새로운 시장이 만들어지고 있다. 또 생산·가공·유통·소비 등 분야별 혁신경쟁을 통한 문제해결 및 고부가가치 창출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를 위해 2015년 '농식품 벤처·창업생태계 활성화 대책'을 수립한 이후 다양한 지원사업을 통해 기술·자본을 중심으로 한 농업구조변화와 혁신기반을 확대중이다. 2022년 말 농식품 벤처창업기업 수는 1,840개로 2014년 1,265개에서 약 53%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체 벤처창업기업은 2만9,153개에서 3만5,123개로 늘어나면서 증가율 20.5%를 기록했지만 농식품분야 열기는 더 뜨거웠다.

지난 20일 대전 유성구 KT대덕2연구센터 연구3동에서 만난 김하섭(39) 메디프레소 대표도 요즘 '뜨고있는' 청년 농식품 벤처기업인중 한 명이다. 푸드테크 스타트업인 메디프레소는 소비 트렌드 변화와 기술발전에 발맞추어 티백보다 진하고, 중탕가열보다 간편한 '한방티캡슐'을 생산하고 있다.

"지난 주 폴란드 바르미아 마주리주(州)에서 열린 '한-폴란드 스타트업 비즈니스 네트워킹 행사'에 갔다가 엊그제 귀국해 아직 짐도 풀지 못했다"는 김 대표는 "현지 기업들과의 기술교류 및 비즈니스 간담회 등을 통해 기능성 식음료에 대한 현지 수요와 폴란드 시장을 향후 유럽시장 진출의 테스트베드로 활용할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겼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한국농업기술진흥원이 농식품 분야 스타트업의 유럽시장 진출을 위해 마련한 이번 행사에서 김 대표는 현지 기업과 프로바이오스 원물 생산과 제품 생산을 내용으로 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그는 "폴란드 기업으로부터 메디프레소의 '브랜드명'과 기술을 자국 시장에 그대로 사용함으로써 양측의 공동 비즈니스 창출과 이익 극대화를 모색하기로 했다"고 했다.

성균관대 산업공학과를 졸업한 김 대표는 시쳇말로 '공돌이'다. 학군장교(ROTC) 48기로 임관한 그는 수도권 기계화부대에서 장갑차를 몰다 전역후 SK하이닉스 공채 1기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평소 제조업을 꿈꿔왔던 그였기에 회사 생활도 재미있었다. 그렇게 신이나던 직장생활 4년차 그는 사표를 내고 창업을 선언했다.

"어느 날 커피 머신을 보다 몸에 좋은 한약도 이렇게 생활에서 쉽게, 보다 자주 접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을 하게 됐고, 이왕이면 내가 한 번 해보자고 결심하니 더 이상 좌고우면할 필요가 없더라구요. 하하"

2018년 창업에 성공한 김 대표는 홍삼을 소재로 한 한방캡슐을 시작으로 십전대보탕, 유자차, 인삼차 등 30여종의 브랜드 상품을 잇따라 생산하며 '한방 생활화, 한방 습관화'라는 초심을 구체화하고 있다. 처음 한방차 캡슐에 낯설어 하던 소비자들도 코로나19를 겪으면서 '건강'과 '면역력' 등에 대한 관심이 커졌고, 특히 20~30대 여성층의 호응이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제품 시장성과 기술력(등록특허 21개 보유)이 알려지면서 투자 및 농업 유관기관들과의 협업 및 지원도 잇따르고 있다. 한국식품산업클러스터진흥원으로부터 '청년식품창업 성장지원사'로 선정돼 자금지원과 제품생산에 필요한 다양한 기술지원을 제공 받았고, '공동기술개발' 사업을 통해 국내 유수의 식품 기관으로부터 제품 고도화 기술에 대해 자문 받으면서 기술 기반 스타트업으로 성장 기반을 마련했다.

또 최근 메디프레소의 미래가치를 눈여겨 본 투자자문사로부터 15억원의 투자를 유치하면서 누적 투자유치 규모는 70억원을 웃돌고 있다. 오는 2026년 코스닥 상장을 목표로 하나증권과 상장주관사 계약도 체결한 상태다. 다음 달엔 부산 롯데백화점에 새 매장도 갖게 된다.

김하섭 메디프레소 대표는 "미래 시장은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으며 저희는 푸드테크를 기반으로 한 개인 맞춤형 메디푸드로 그 변화를 준비할 작정"이라며 "농식품산업이 새로운 국가 산업경쟁력의 한 축으로 자리잡고 있는 과도기에 청년 벤처인의 한 사람으로 그러한 변화를 앞당기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