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복철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이사장
"25개 출연연 세계 2% 이내 과학자 200여명"
"융합·협력 연구 전폭지원, 경쟁력 제고 목표"
"65세 정년 환원 추진, PBS 제도도 개선해야"
김복철 NST(국가과학기술연구회) 이사장은 24일 NST 소관 25개 과학기술 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 육성·지원책으로 "기관 간 융합·협력 연구를 지원해 10년간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실 100개를 만드는 '월드 톱클래스 랩 100' 전략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이사장은 이날 서울 종로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현재 출연연은 학제 단위로 나뉘어 융합·협력에 어려움이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이사장은 현재 출연연이 대학 학과처럼 우주·전자·통신·원자력·기계 등 학제 단위로 나뉘어 협력이 어렵다고 봤다. 하지만 예산 편성 과정부터 융합·협동 R&D(연구개발)을 지원하면 역량이 제고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세계 최고 연구실 100개 육성 목표가 현실적이지 않다'는 질문에 "현재 25개 출연연을 논문 역량으로 따졌을 때 세계 2% 이내 과학자들이 200여명 된다"며 "절대로 높은 수준의 목표가 아니다"고 했다.
NST는 지난해 9월 연구개발 전략위원회를 출범하고 기존 학제 중심 R&D를 임무 중심형으로 바꾸고 있다. 위원회는 양자와 합성생물학 분야 워킹그룹을 출범시켰다. 양자 기술개발에는 과거처럼 특정 출연연만 참여하는 형태가 아니라 한국표준과학연구원, ETRI(한국전자통신연구원), KIST(한국과학기술연구원) 등 7개 기관이 참여한다.
김 이사장은 '학제 중심에서 임무 중심형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25개 출연연의 통합 필요성은 없냐'는 질문에 "인위적인 (하드웨어) 통합은 많은 폐단이 있을 수 있어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지금은 소프트웨어 통합으로 융합·협력 연구를 촉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년 65세로 환원 추진, 연구 잘하면 75세까지 지원"
우수 인재 확보와 육성 지원책도 밝혔다. 25개 출연연에서 최근 5년간 1000명이 넘는 인원이 대학이나 기업 등으로 이직했다. 낮은 연봉과 처우 등의 문제 때문이다.
김 이사장은 "우수 연구자를 육성하고 새로 영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연구자들이) 나가지 않도록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했다. 또 "출연연이 R&D를 통해 만들어 낸 기술료를 인재 유치에 활용할 수 있도록 추진 중"이라며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협의를 마쳤고 기획재정부와 조율을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정년 환원 계획도 밝혔다. 출연연은 1997년 금융위기 당시 정년이 65세에서 61세로 단축된 데 이어 2015년부터 임금피크제가 시행됐다. 임금피크제는 장기근속한 근로자 임금을 줄여 고용을 보장하는 제도다. 김 이사장은 "출연연은 기업 대비 연봉이 낮더라도 과거에는 정년이 보장된다는 장점이 있었다"며 "하지만 정년이 단축되고 낮은 처우 문제까지 거론되는 만큼 정년 환원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또 최우수 연구 실적을 보유한 연구자 1~3%를 '석학연구원'으로 선발한다는 복안도 밝혔다. 현재 출연연은 정년 이후 '우수 연구자'로 선정될 경우 몇 년간 연구를 더 수행할 수 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석학연구원 제도를 통해 75세까지 연구를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김 이사장은 "이 구상도 과기정통부와 협의를 마쳤고 기재부와 협의만 남았다"고 했다.
과제 수주하느라 연구 못하는 문제 개선 김 이사장은 출연연 경쟁력 저하의 가장 큰 이유로 PBS(연구과제 중심제도) 제도를 꼽았다. PBS는 과학자들이 국가 R&D 과제를 경쟁 수주하는 제도다. 제도 설립 당시에는 성과 경쟁을 촉진한다는 취지였지만, 오히려 연구 과제 수주에만 몰두하는 과학계 폐단을 만들었다.
김 이사장은 "출연연이 힘든 이유는 PBS 제도로 연구자가 1인당 감당해야 할 과제가 4~5개로 늘어났다"며 "연구자 역량이 분산될 수밖에 없고 그에 따라 성과도 줄었다"고 분석했다. 이어 "PBS로 출연연다운 중장기 연구가 미진했다"며 "연구자 역량이 떨어진다기보단 집중할 수 있는 체계가 부족했다. PBS 문제가 정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이사장은 '출연연 기관장 늑장 선임' 이슈에 대해선 "원장이 차관급이기 때문에 정부 등에서 인사를 검증하고 대통령실과 소통 해야하기 때문에 일부 지연됐다"며 "속도가 붙고 있고 몇 달 내로 제자리를 찾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 기자 사진 김인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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