닌텐도와 애플, 디즈니의 공통점 [티타임즈]

배소진 기자 기사 입력 2023.06.17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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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마리오'가 '겨울왕국'도 제쳤다…그리고 '젤다의 전설' 신작의 위력

닌텐도는 '아시아의 애플' 혹은 '게임의 디즈니'라고 불린다. 최근 닌텐도가 이를 증명하는 흥행 기록을 보여주고 있다. 영화 '슈퍼마리오 브라더스'가 디즈니의 '인크레더블 2'와 '겨울왕국'을 제치고 역대 애니메이션 영화 2위에 등극하고, 게임 신작 '젤다의 전설-왕국의 눈물'은 시리즈 중 역대 가장 빠른 속도로 판매되고 있다.

화투와 트럼프 카드를 만들던 작은 완구회사가 어떻게 전 세계 대중문화에 막대한 영향력을 끼치며 디즈니와 애플에 필적하는 회사로 성공할 수 있었는지 소개한다.




닌텐도는 왜 게임계의 디즈니라 불릴까


디즈니가 세상에 미키 마우스를 처음 소개한 작품 '스팀보트 윌리'(1928년)는 단 7분짜리 단편이지만 세계 최초로 제작된, 소리가 나오는 유성 애니메이션이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작품이다. 이어 1934년 발표한 '백설 공주와 일곱 난쟁이'는 세계 최초의 장편 애니메이션으로 기록되며 다시 한번 역사에 이정표를 남겼다.

디즈니가 애니메이션 영화를 새로운 장르로 개척하며 다른 작품들에 영향을 미친 것처럼, 닌텐도는 게임에서 굵직한 발자취를 남겼다.

1980년 미국에 아케이드 게임기를 판매하기 위해 만들었던 동키콩은 고릴라 괴물 동키콩에게 납치된 공주를 찾는 점프맨의 이야기였다. 동키콩의 점프맨이 이후 마리오라는 이름의 배관공 캐릭터가 되면서 '슈퍼마리오 브라더스'라는 게임이 탄생했다.

동키콩 이전의 게임은 '스페이스 인베이더', '갤러그'처럼 서사 없이 쏘고 부수는 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괴물에 납치된 공주를 구해낸다는 서사를 추가하면서 게임은 엔터테인먼트의 영역에 들어오게 됐다. 게다가 슈퍼마리오 브라더스는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진행하며 플레이하는 최초의 '횡 스크롤 액션' 게임 방식으로, 이후 '페르시아 왕자', '소닉' 등의 게임에도 영향을 주었다.

슈퍼마리오 브라더스가 유성 애니메이션의 시작을 알린 '스팀보트 윌리'같은 존재라면, 최초의 장편 애니메이션 '백설 공주'에 비견할만한 작품은 비디오 게임 최초의 액션 어드벤처 게임이라고 불리는 '젤다의 전설'을 들 수 있다.

젤다의 전설은 캐릭터가 직진이 아니라 상하좌우 이동하며 지도 곳곳을 탐험하고 퀘스트를 수행하는 방식이었다. 무작정 점수만 내는 기존의 게임과 달리 오랜 시간을 공들여야 엔딩을 볼 수 있는 만큼, 세계 최초로 게임 내 저장이라는 시스템도 도입했다. 액션, 탐험, 롤플레잉, 퍼즐 등 다양한 장르의 요소를 모두 모은 젤다의 전설은 현대적인 게임의 기본 문법을 정립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게임 캐릭터 IP(지식재산권)의 힘을 앞세워 닌텐도는 최근 부쩍 디즈니 같은 행보를 보이고 있기도 하다. 디즈니가 자사 IP로 게임을 만들 듯, 닌텐도는 마리오와 포켓몬으로 영화를 만든 것이다. 유니버설 파크 앤 리조트와 손잡고 디즈니랜드에 경쟁할 테마파크 '슈퍼 닌텐도 월드'도 일본과 미국에서 각각 개장하고 있다.

이처럼 애니메이션과 게임, 각자의 분야에서 한 장르를 개척하고, 마니아의 영역이던 것을 대중문화의 주요 분야로 만들고 있다는 점이 두 회사의 공통점이다.



닌텐도는 왜 아시아의 애플이라 불릴까


애플의 성공 비결로 가장 많이 꼽히는 것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유기적인 통합이다. 하드웨어에서부터 소프트웨어까지 직접 설계하고 최적화해 사용자경험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닌텐도 역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통합, 즉 기술과 콘텐츠의 결합으로 성공해왔다. 최초의 콘솔 게임기를 만들었을 때부터 지금까지 직접 게임을 만들었다. 닌텐도 게임기에서만 할 수 있는 최적화된 게임으로 하드웨어(게임기)와 소프트웨어(게임)의 판매량을 동시에 끌어올리는 전략이다.

'동키콩'이라는 게임으로 재고떨이 운명이었던 아케이드 게임기를 순식간에 완판시킨 닌텐도는 1983년 게임팩을 꽂아서 쓰는 비디오 게임기 '패미컴'을 출시했다. (국내에서는 '컴보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TV에 연결해 게임을 하는 비디오 게임 업체는 아타리 등 수십 개가 있었지만 제대로 된 게임 콘텐츠가 없어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었다. 하지만 닌텐도는 패미컴에 맞게 디자인된 '슈퍼마리오 브라더스', '젤다의 전설'을 통해 전 세계 통틀어 7000만 대 넘는 패미컴을 판매했고, 침체했던 전 세계 비디오 게임 시장까지 살려낼 수 있었다.

이후 출시한 휴대용 게임기 '게임보이'로는 적외선 통신 기술을 접목해 캐릭터를 교환하고 대전을 벌일 수 있는 게임 '포켓몬 시리즈'를 즐길 수 있었다. 게임을 혼자 하는 것에서 여럿이 함께 즐기는 것으로 바꿔놓은 덕분에 게임보이는 전 세계 판매량 총 1억 1800만 대를 기록했다.

2004년 출시한 게임기 '닌텐도DS'는 터치스크린과 음성인식 기술이 사용됐다. 이에 맞게 한자 쓰기, 그림그리기 등 교육 게임 콘텐츠를 개발하면서 부모들이 먼저 사주는 게임기가 됐다. 덕분에 닌텐도 DS의 전 세계 판매량은 1억 5000만 대를 기록했다.

이어 2006년 출시한 가정용 비디오 게임기 '닌텐도 Wii'에는 모션 인식 기술을 탑재했다. 이번에는 테니스, 스키, 달리기 등 운동과 결합한 콘텐츠로, 게임으로 운동한다는 새로운 개념을 만들었다.

2017년 세상을 또 한 번 뒤집어 놓은 것이 가정용 게임기와 휴대용 게임기를 합쳐놓은 닌텐도 스위치이다. 집에서는 TV와 연결해 큰 화면으로 즐길 수 있는 콘솔 게임기로 사용하다, 밖에서는 본체 양옆으로 소형 컨트롤러를 조립해 휴대용 게임기로 사용할 수 있는 신개념 게임기로 지금까지 1억 3000만 대 이상을 판매했다.

애플이 최초로 그래픽 사용자 인터페이스와 마우스를 장착한 개인용 컴퓨터를 선보였던 것처럼, 아이팟에 클릭 휠을 장착하고 아이폰에 멀티터치 기능을 넣었던 것처럼 새로운 기술의 인터페이스를 늘 하드웨어 신제품에 추가했다는 것도 애플과 닌텐도의 공통점이다.

/사진=티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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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 사진 배소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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