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생성 AI 시대, 한국은 어디로] 1-③
"코딩 공부하는 게 의미가 있을까요? 챗GPT는 입력만 하면 모든 언어로 코드를 다 짜주는데 '현타'(현실 자각 타임·허무함을 느끼는 감정 등) 오네요."
"공부 중인데 AI(인공지능)는 던져주기만 하면 문제를 알아서 푼다. 레포트도 맡겨볼까"
'인간처럼 생각하고 쓰는 '챗GPT(ChatGPT)' 열풍에 교육계도 혼란에 휩싸였다. 대학생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사용 경험을 공유하는 글들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단순한 지식 모음을 넘어 실제 인간과 상당히 비슷한 대화를 구현하며 코딩이나 작곡, 글쓰기 등 '창작물'까지도 내놓아서다. 여기에 지난달 말 수도권의 한 국제학교에서 챗GPT로 영문 에세이를 제출한 학생들이 전원 0점 처리되는 일까지 발생했다. 교육계에선 AI 활용을 통한 학습을 어디까지 인정하느냐가 화두로 부상하고 있다. 당장 신학기 개강과 맞물려 교육계에 비상이 걸렸다.
10일 머니투데이의 취재를 종합하면 교육계는 교육현장에서 챗GPT 등 AI 활용을 허용할 것인지를 두고 논의에 들어갔다. 표절과 대필 등으로 악용할 경우 평가 자체가 불가능해지는 맹점이 있기 때문이다. 서울대 관계자는 "교내에서 챗GPT를 활용한 과제물 제출 등 다양한 활용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이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개별 교수들은 챗GPT 관련 지침을 마련하고 있다. 권석준 성균관대 화학공학과 교수는 1학기 강의 계획서에 "AI를 활용해 생산한 답안을 자신이 쓴 것처럼 제출하면 부정행위로 간주하겠다"고 공지했다. 반면 챗GPT 등 AI 기술 활용을 밝힌다면 큰 문제가 없다는 교수도 있다. 김정호 KAIST 전기·전자공학과 교수는 학생들에게 코딩 과제를 할 때 챗GPT를 활용할 수 있도록 지침을 줄 계획이다.
해외 교육계에서는 AI 경계령을 내렸다. 미국 뉴욕시는 챗GPT 등 AI 기술로 과제를 작성하는 사례가 나타나자 공립학교 내 와이파이 등 네트워크에서 챗GPT 접근을 차단하는 등 금지하는 방향으로 초점을 맞췄다. 미국 워싱턴대와 버몬트대 경우 학칙을 통해 AI를 활용한 대필을 '표절'로 규정하는 등 조치에 나섰다.
챗GPT가 개입할 수 없도록 평가 방식 자체를 바꾸기도 했다. 조지워싱턴대, 럿거스대, 애팔래치안주립대는 교실 밖에서 작성해 제출하는 오픈북 과제를 줄이고 있다. 에세이 과제는 강의실에서 교수가 지켜보는 가운데 자필로 직접 써야 한다.
교육부는 우선 지침이나 금지보다는 지난해 8월 발표한 교육분야 AI 윤리원칙을 기반으로 논의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공청회와 전문가 간담회, 국제 의견 조회 등 의견 수렴을 거쳐 마련한 이 원칙은 '사람의 성장을 지원하는 인공지능'이라는 대원칙을 바탕으로 10대 세부 원칙으로 구성돼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어떤 대책을 마련하라고 (교육현장에) 지침을 내리기보단 이 윤리원칙을 바탕으로 각 분야 종사자들이 모여 토론하는 장을 만들 계획"이라며 "한국대학교육협의회와 총장협의회 등과도 논의를 이어가고 이달 안에는 산업 종사자와 교수, 학교 교사 등을 모아 챗GPT 관련 포럼을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3월 새학기를 앞두고 초·중·고 현장에서도 우려가 짙어지고 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앞으로 AI로 인한 문제가 생길 여지는 있는 부분은 '평가'의 영역일 것"이라며 "학기 시작 전 각 학교에 내려보내는 평가지침에 (AI 관련 부분을) 포함시키는 방법 등을 생각해볼 수 있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학생이 직접 작성했는지 평가할 수 없는 과제들은 이미 수행평가에 반영하고 있지 않는 쪽으로 바꾸고 있어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공정성과 관련한 이슈가 될 수 있어 지속적으로 관련 사안을 모니터링 할 것"이라고 말했다.
AI는 학습 격차를 극복할 대안으로 떠오르기도 한다. 학생들이 AI를 통해 모르는 문제의 답과 풀이과정을 배울 수 있는 순기능이 있다는 것이다. 실제 고려대 학생 커뮤니티 '고파스'에는 "챗GPT를 통해 파이썬을 공부하고 있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새로운 시대에 맞는 교수법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무작정 AI 활용을 막기보다 기술 발전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장병탁 서울대 AI연구원장은 "주관성이 있는 답을 하는 챗GPT는 가짜인 정보도 우리가 볼 때는 그럴듯해 보이게 답변할 수 있어 어느정도의 규제는 필요해 보인다"며 "모든 과제에 출처를 명확하게 작성하게 해 AI 활용을 보고서에 적시하게 하는 등의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발전된 기술의 이용을 무조건 금지할 수는 없다"며 "다만 사람은 기계보다 한 단계 더 높은 부가가치를 생산해 내는 일에 집중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희수 중앙대 교육학과 교수는 "컴퓨터가 등장했을 때 지식의 출처에 대한 혼란이 있었던 것과 비슷하다"며 "결국 기술 진보에 인간이 종속되지 않도록 AI 사용 윤리를 강화하는 방법이 가장 중요해 보인다"고 조언했다.
"공부 중인데 AI(인공지능)는 던져주기만 하면 문제를 알아서 푼다. 레포트도 맡겨볼까"
'인간처럼 생각하고 쓰는 '챗GPT(ChatGPT)' 열풍에 교육계도 혼란에 휩싸였다. 대학생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사용 경험을 공유하는 글들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단순한 지식 모음을 넘어 실제 인간과 상당히 비슷한 대화를 구현하며 코딩이나 작곡, 글쓰기 등 '창작물'까지도 내놓아서다. 여기에 지난달 말 수도권의 한 국제학교에서 챗GPT로 영문 에세이를 제출한 학생들이 전원 0점 처리되는 일까지 발생했다. 교육계에선 AI 활용을 통한 학습을 어디까지 인정하느냐가 화두로 부상하고 있다. 당장 신학기 개강과 맞물려 교육계에 비상이 걸렸다.
10일 머니투데이의 취재를 종합하면 교육계는 교육현장에서 챗GPT 등 AI 활용을 허용할 것인지를 두고 논의에 들어갔다. 표절과 대필 등으로 악용할 경우 평가 자체가 불가능해지는 맹점이 있기 때문이다. 서울대 관계자는 "교내에서 챗GPT를 활용한 과제물 제출 등 다양한 활용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이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개별 교수들은 챗GPT 관련 지침을 마련하고 있다. 권석준 성균관대 화학공학과 교수는 1학기 강의 계획서에 "AI를 활용해 생산한 답안을 자신이 쓴 것처럼 제출하면 부정행위로 간주하겠다"고 공지했다. 반면 챗GPT 등 AI 기술 활용을 밝힌다면 큰 문제가 없다는 교수도 있다. 김정호 KAIST 전기·전자공학과 교수는 학생들에게 코딩 과제를 할 때 챗GPT를 활용할 수 있도록 지침을 줄 계획이다.
해외 교육계에서는 AI 경계령을 내렸다. 미국 뉴욕시는 챗GPT 등 AI 기술로 과제를 작성하는 사례가 나타나자 공립학교 내 와이파이 등 네트워크에서 챗GPT 접근을 차단하는 등 금지하는 방향으로 초점을 맞췄다. 미국 워싱턴대와 버몬트대 경우 학칙을 통해 AI를 활용한 대필을 '표절'로 규정하는 등 조치에 나섰다.
챗GPT가 개입할 수 없도록 평가 방식 자체를 바꾸기도 했다. 조지워싱턴대, 럿거스대, 애팔래치안주립대는 교실 밖에서 작성해 제출하는 오픈북 과제를 줄이고 있다. 에세이 과제는 강의실에서 교수가 지켜보는 가운데 자필로 직접 써야 한다.
교육부는 우선 지침이나 금지보다는 지난해 8월 발표한 교육분야 AI 윤리원칙을 기반으로 논의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공청회와 전문가 간담회, 국제 의견 조회 등 의견 수렴을 거쳐 마련한 이 원칙은 '사람의 성장을 지원하는 인공지능'이라는 대원칙을 바탕으로 10대 세부 원칙으로 구성돼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어떤 대책을 마련하라고 (교육현장에) 지침을 내리기보단 이 윤리원칙을 바탕으로 각 분야 종사자들이 모여 토론하는 장을 만들 계획"이라며 "한국대학교육협의회와 총장협의회 등과도 논의를 이어가고 이달 안에는 산업 종사자와 교수, 학교 교사 등을 모아 챗GPT 관련 포럼을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3월 새학기를 앞두고 초·중·고 현장에서도 우려가 짙어지고 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앞으로 AI로 인한 문제가 생길 여지는 있는 부분은 '평가'의 영역일 것"이라며 "학기 시작 전 각 학교에 내려보내는 평가지침에 (AI 관련 부분을) 포함시키는 방법 등을 생각해볼 수 있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학생이 직접 작성했는지 평가할 수 없는 과제들은 이미 수행평가에 반영하고 있지 않는 쪽으로 바꾸고 있어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공정성과 관련한 이슈가 될 수 있어 지속적으로 관련 사안을 모니터링 할 것"이라고 말했다.
AI는 학습 격차를 극복할 대안으로 떠오르기도 한다. 학생들이 AI를 통해 모르는 문제의 답과 풀이과정을 배울 수 있는 순기능이 있다는 것이다. 실제 고려대 학생 커뮤니티 '고파스'에는 "챗GPT를 통해 파이썬을 공부하고 있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새로운 시대에 맞는 교수법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무작정 AI 활용을 막기보다 기술 발전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장병탁 서울대 AI연구원장은 "주관성이 있는 답을 하는 챗GPT는 가짜인 정보도 우리가 볼 때는 그럴듯해 보이게 답변할 수 있어 어느정도의 규제는 필요해 보인다"며 "모든 과제에 출처를 명확하게 작성하게 해 AI 활용을 보고서에 적시하게 하는 등의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발전된 기술의 이용을 무조건 금지할 수는 없다"며 "다만 사람은 기계보다 한 단계 더 높은 부가가치를 생산해 내는 일에 집중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희수 중앙대 교육학과 교수는 "컴퓨터가 등장했을 때 지식의 출처에 대한 혼란이 있었던 것과 비슷하다"며 "결국 기술 진보에 인간이 종속되지 않도록 AI 사용 윤리를 강화하는 방법이 가장 중요해 보인다"고 조언했다.
- 기자 사진 유효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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