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런치 모드·공짜야근 단속"…'포괄임금제 오남용' 첫 기획감독

김주현 기자 기사 입력 2022.12.19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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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철 디자인기자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임종철 디자인기자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 게임회사를 다니는 개발자 A씨는 최근 '크런치 모드'를 겪었다. 크런치 모드는 게임 등 소프트웨어 개발 업계에서 마감을 앞두고 수면이나 영양 섭취, 위생, 기타 사회활동 등을 희생해 장시간 업무를 지속하는 것을 의미한다. 회사에서는 포괄임금제라며 한달 40시간은 무조건 야근해야 한다고 강요했고, 실제로 주말이나 휴일까지 나와 40시간 넘게 일했지만 추가수당은 받지 못했다.

정부가 이른바 '공짜야근'이라고 불리는 포괄임금·고정OT(Ovetime) 계약의 오남용을 막기 위해 처음으로 기획감독에 나선다.

포괄임금제는 근로기준법상 제도가 아닌 판례에 의해 형성된 임금지급 계약 방식이다. 각각 산정해야 할 복수의 임금항목을 포괄해 일정액으로 지급하는 계약을 의미한다.

원칙적으로 사용자는 노동자가 실제 근로한 시간에 따라 시간 외 근로 등에 상응하는 법정수당을 산정·지급해야 하지만, 판례는 예외적으로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운 경우' 등 엄격한 요건 아래 임금의 포괄적 산정을 인정해왔다.

일부 현장에서는 근로시간 산정이 가능함에도 임금계산의 편의나 사업주·근로자의 예측가능성 제고 등을 이유로 이른바 '고정OT 계약'을 활용하고 있다. '유효하지 않은 포괄임금'과 '고정OT 계약'의 경우 근로기준법의 강행성과 보충성의 원칙에 따라 약정시간을 초과하는 연장근로에 대해서는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

현장의 문제는 '포괄임금제' 때문에 근로시간 만큼 임금을 못받는 이른바 '공짜 야근'이다. '유효하지 않은 포괄임금 계약'을 유효한 포괄임금 계약으로 오남용해 실근로시간에 따른 임금을 지급하지 않거나, '고정OT 계약'을 유효한 포괄임금 계약으로 오남용하여 실근로시간에 따른 임금을 지급하지 않는 '임금체불' 등이 그 예다.

이에 따라 고용노동부는 다음해 1~3월 '포괄임금·고정OT 오남용'에 대한 시정을 위해 소프트웨어 개발업 등 포괄임금·고정OT 오남용 의심사업장에 대해 기획형 수시감독을 실시할 계획이다. 이번 감독은 포괄임금제 오남용을 대상으로 하는 첫 기획감독이다.

전국 지방청 광역근로감독과를 중심으로 △연장근로 시간제한 위반 △약정시간을 초과한 실근로에 대한 연장근로수당 미지급 등 근로시간 관련 법 위반 여부를 집중 감독할 예정이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소위 포괄임금제는 현장에서 근로시간 계산 편의와 예측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활용되고 있는 것"이라며 "포괄임금·고정OT로 인한 문제는 '계약 그 자체'라기 보다는 이를 오남용해 '일한만큼 보상하지 않는 공짜야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특히 사회 초년생인 청년 등 우리 사회의 노동 약자에게 더욱 가혹한 문제이나 그동안 정부 차원에서 시정 노력은 미흡한 측면이 있었다"며 "이번에 기획감독을 최초로 실시하고 영세기업의 임금·근로시간 관리 어려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포괄임금·고정OT 오남용 방지대책'도 조속히 마련해 실근로시간 단축을 이루겠다"고 밝혔다.
  • 기자 사진 김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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