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송명석 RX바이오 대표
'miRNA' 물질 활용…비만고양이 체중감소 효과 확인
"반려동물 비만·당뇨병 치료제, 2027년 신약 허가 목표"
'동물판 위고비'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인체용 비만·당뇨약 전성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반려동물용 치료제도 그 효과를 입증하고 있다. 개·고양이 비만·당뇨병 신약을 개발 중인 송명석 RX바이오 대표는 지난 12일 경기 성남시 RX바이오 본사에서 진행된 머니투데이와 인터뷰에서 고도비만 고양이를 상대로 진행한 동물 임상 데이터를 처음 공개했다. 송 대표는 "1차 투여 후 일주일 만에 7.5%, 총 9주간 약 5%의 체중 감소 효과를 보였다"며 "미국 오카바제약(112일 만에 체중 5% 감소) 대비 우월성이 확인된 결과"라고 자신했다.
2022년 말까지 넥스턴바이오 (4,940원 ▼120 -2.37%) 대표를 역임한 송 대표는 같은 해 10월 RX바이오를 설립, 넥스턴바이오의 미국 자회사인 로스비보로부터 인체용 비만·당뇨병 치료 물질을 이전받아 개·고양이용 비만·당뇨 신약 개발에 나섰다. RX바이오의 최대주주인 로스비보는 췌장세포를 재활성화하는 miRNA(마이크로RNA) 를 활용해 인체용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송 대표는 시장성에 주목한다. 반려동물 산업은 2022년 약 440조원에서 2030년 약 680조원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동물의약품은 평균 5~10년가량 소요되는 인체용 신약 대비 투입 기간과 비용이 적어, 사업 잠재력이 높은 시장이다. 전체 임상 3상까지 평균 3년 정도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반려동물 건강과 수명에 영향을 미치는 비만·당뇨 의약품 및 기능성 사료 관련 수요가 높은 상황이다. 보통 개와 고양이 나이가 10살을 넘길 경우 약 50% 이상 확률로 비만·당뇨가 발병할 수 있다.
RX바이오가 신약 개발에 사용하는 물질은 'miRNA-10a'(비만·2형 당뇨 표적)와 'miRNA-10b'(1형 당뇨병 표적)다. 송 대표는 "GLP(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은 호르몬 계통이지만 miRNA는 유전자를 활용한 치료제로 개발할 수 있어 부작용도 거의 없다"고 말했다. 실제 miRNA-10a와 GLP-1 유사 수용체를 비교한 로스비보의 쥐 실험 결과에 따르면 miRNA-10a의 체중감소 효과는 최대 40%였다. GLP-1 계열 삭센다·위고비·마운자로의 평균 감소율은 각각 8.15와 22.5%였다. 투여 빈도 역시 GLP-1 계열 약물은 1일 1회~1주 1회인 반면, miRNA-10a는 3개월에 한 번만 투여했음에도 치료 효과를 보였다.
실제 비만 고양이 대상 실험에서도 경쟁사 대비 우월한 치료 효과를 보였단 게 송 대표의 설명이다. 지난 1~3월 BCS(신체조건지수) '9' 이상의 고도비만 고양이(8㎏) 대상 실험을 진행한 결과, 고양이 체중은 1차(2.5㎎) 투여 후 1주차 당시 7.5% 감소한 7.4㎏이었다. BCS는 1~9까지 측정하는데, '4~5'는 정상 체중 범위, '8~9'는 고도비만에 해당한다. 9주간 실험 종료 후 고양이 체중은 총 5% 감소한 7.6㎏으로 나타났다. 앞서 지난해 7~9월 개 당뇨 치료제 관련 쥐 실험에서도 혈당 200㎎/dL 이상의 쥐가 약물 1회 투여 후 두 달간 평균 약 110㎎/dL의 정상 혈당을 유지하며 효능을 나타낸 바 있다.
송 대표는 "최근 미국 오카바제약의 고양이 실험에선 112일간 체중 5% 이상 감량 효과 데이터가 나왔는데, RX바이오는 이보다 더 이른 시일 안에 유사한 효과를 냈다"며 "올해 하반기 비임상 독성 테스트 및 2025~26년 임상을 거쳐 2027년 신약허가 신청이 목표"라고 말했다.
RX바이오는 소화 불량 예방 및 체중감소 효과가 있는 기능성 사료도 준비 중이다. 현재 원료 준비를 마쳤으며 오는 8~9월쯤 시제품 제작에 들어간다. 프록시헬스케어의 미세전류칫솔 관련 반려동물용 판권도 보유한 상태로, 해당 제품은 현재 국내 동물병원에 입점했다. 다양한 제품으로 캐시카우(현금창출원)를 가져가는 동시에 해당 수익을 기반으로 신약 R&D(연구·개발)에 집중하겠단 전략이다.
송 대표는 "미국 회사 물질을 쓰는 만큼 대형 시장인 미국에서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본다"며 "2027년 국내 신약 승인을 받으면 그 직후 미국에도 허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줄기세포를 통한 암 신약 등 다양한 분야의 치료제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
- 기자 사진 홍효진 기자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