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 플렉스 하세요"…신임 과기수석 발언 재조명, 향후 과제는

김인한 기자 기사 입력 2024.01.25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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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5위 규모 R&D예산 투입하는 한국…하고 싶은 연구 맘껏하라는 취지로 발언
경제성장·사회혁신 핵심요소로 R&D 꼽는 '내생적 성장이론' 학자, 현장도 기대감

박상욱 서울대 과학학과 교수가 25일 윤석열 정부 초대 과학기술수석으로 임명됐다. / 사진=서울대
박상욱 서울대 과학학과 교수가 25일 윤석열 정부 초대 과학기술수석으로 임명됐다. / 사진=서울대

윤석열 대통령이 '과학기술수석' 신설이라는 통큰 결단을 내렸지만 박상욱 신임 과기수석 앞엔 당장 가시밭길이 펼쳐져 있다. 가장 큰 숙제는 R&D(연구·개발) 예산 삭감 충격파로 어수선한 현장에 '대통령 메신저'로서 양해를 구하고 미래 비전 등을 제시하는 일이다. 국가 저성장 침체기를 타파하기 위해 양자·바이오·AI(인공지능)·우주 등을 '포스트 반도체'로 키우는 전략을 다듬는 일도 핵심과제가 될 전망이다.



"연구 플렉스 하라"…과거 발언 재조명, 어떤 맥락?


박 신임 수석은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폴 로머 뉴욕대 교수의 '내생적 성장이론(Endogenous Growth Theory)'을 지지해 온 학자다. 이 이론은 R&D를 경제성장과 사회혁신 등의 핵심요인으로 본다. 박 신임 수석은 그간 R&D가 단기 성과나 효율을 따지기보다는 '다다익선'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과학기술계 주장과 일맥상통하는 시각이다.

실제로 그가 2022년 한 일간지에 정기 기고한 글도 재조명받고 있다. 당시 그는 5차 과학기술계획(2023~2027년)이 과학기술판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라며 R&D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 12대 국가전략기술 육성이 중요하다고 했다.

당시 그는 "한국은 국내총생산(GDP) 4.8, 총액으로는 세계 5위 규모 R&D 예산을 지출하는 과학기술 대국"이라면서 "하고 싶은 연구를 맘껏 할 수 있는 한국에서 플렉스(Flex·뽐내다)하라"고 했다.

박 신임 수석은 "경제성장을 우선하는 보수는 과학기술에 우호적이지만 보수 경제관료가 과학기술보다 더 중시하는게 재무건전성, 효율, 그리고 성과주의"라며 "이들에게 R&D 투자는 밑 빠진 독에 물붓기에 다름없으며 '소재·부품·장비' 사태로 급발진한 정부 R&D 지출 증가세에 제동이 걸렸다"고 안타까워했다.

또 "과학기술계에는 내년(2023년)쯤 경제관료 집단이 벼르는 소위 국가 R&D 효율화 요구를 우려한다"며 "소재는 진화할지언정 해묵은 위기론에 의지해 이 공세를 막을 수 있을 것인가. 과학기술이 국가의 사회경제발전과 안보에 이바지한다는 구체적인 근거를 들이밀 수는 없는가"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현장은 기대감…"저성장 침체기 맞은 한국, 미래 먹거리 전략 만들기 올인해야"


박 신임 수석의 R&D 중요성 발언에 현장도 반색하는 분위기다. 장기간 국가 과학기술혁신 정책을 연구해 온 전문가로서 현장과 소통하며 국가의 큰 그림을 보지 않겠냐는 기대감이다. 윤 대통령이 직접 R&D 소통 부족으로 대통령실 산하에 과학기술수석을 신설한다고 밝힌 만큼 박 신임 수석의 현장 방문도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문성모 정부출연연구기관 과학기술인협의회 총연합회(연총) 회장은 이와 관련 "박 신임 수석의 시각에 전적으로 동의한다"면서도 "다만 우리나라가 R&D 예산을 줄이고 연구 자율성을 줄이는 쪽으로 가고 있어 매우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과기수석께서 R&D를 옭아매는 낡은 제도를 혁신하고 연구 자율성을 높일 수 있는 큰 그림을 그려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익명을 요구한 KAIST(한국과학기술원) 교수는 "과기수석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저성장 침체기를 맞은 국가를 대혁신하는 일"이라며 "국가 수출산업이 반도체에 과하게 의존하고 있어 앞으로 포스트 반도체가 될 수 있는 양자·바이오·AI 등 미래 먹거리 성장 전략을 만드는 일에 올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외에도 올해 5월말 미국항공우주국(NASA)을 벤치마킹해 출범하는 우주항공청 임무와 역할 등을 조율하는 일도 중요한 역할이 될 전망이다. 각종 업무를 추진할 과학기술수석실 산하 비서관 인선 등도 남은 과제다.
  • 기자 사진 김인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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