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신년기획]⑥ K-브레인 유출, 위기를 기회로
연구자 정년 67세 보장, 육아휴직 등 제도 뒷받침도
[편집자주] 인구구조 급변에 따른 학령인구 감소가 국가적 난제로 떠올랐다. 50년 뒤 학령인구는 현재 대비 3분의1 수준(약 280만명)으로 이공계(理工界) 인재 부족이 심각할 전망이다. 한국이 1962년부터 30년간 전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고도성장기를 보낸 원동력은 바로 '인적 자본'이었다. 하지만 최근 30년간 인구감소와 저성장 늪에 빠져 국가 미래는 절체절명 위기를 맞았다. 국가의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는 '신(新) 이공계 두뇌 육성책'을 모색한다.
우리나라 국토면적 5배, 인구 5분의 1인 스웨덴은 북유럽 강대국으로 꼽힌다. 인구 1000만명에 불과하지만 과거부터 물리학·화학·생리의학 등 기초과학을 중시해온 덕에 고부가가치 산업 기반이 막강하다. 특히 이공계 인재 특화 교육 제도와 자율성 높은 연구환경이 '기술강국 스웨덴'을 만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영국 런던에서 만난 임장권 스웨덴국영연구소(RISE) 수석연구과학자는 "스웨덴 학생은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의무적으로 1년간 직업 경험 교육을 받는다"며 "대학생은 1년간 의학·공학 계열 등을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도록 제도를 만들어 학생들이 직접 진로를 찾을 수 있도록 돕는다"고 했다.
스웨덴은 기초과학·응용기술 강국이다. 알프레드 노벨 유언에 따라 1901년부터 '미지의 영역을 개척한 기초연구'에 노벨상을 시상한다. 스웨덴 노벨상 수상자는 34명이다. 또 기술 기반에서 태동한 기업이 자동차 기업 볼보(Volvo), 통신장비 제조기업 에릭슨(Ericsson), 에너지기업 ABB 등이다. 글로벌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AstraZeneca)도 영국-스웨덴 합작기업이다. 조선·철광·정밀기계 등 기술력도 강하다.
임장권 수석은 "스웨덴 교육 커리큘럼은 대부분 실험 기반"이라며 "공대 학생은 기본적으로 코딩을 하고, 반도체 교육도 웨이퍼를 활용하는 등 현장 교육을 받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순수 기초과학을 제외하면 국가 R&D(연구·개발) 사업은 산업체가 중심이 된다"며 "대학-연구소-산업체가 협의해 현장형 인재를 키운다"고 덧붙였다.
그는 "한국은 대학과 산업에서 키워야 할 인재가 미스매치(불일치)되고 있다. 그래서 기업이 교육 단계부터 들어오는 '반도체 계약학과(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연계)' 같은 제도가 나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기업 전문가들이 대학에 가더라도 산학협력 중점교수가 돼 교육보다는 프로젝트 수주에 중점을 두는 경우가 많다"며 "산업체 중심의 미래인재 정책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임 수석에 따르면 한국과 스웨덴의 연구인프라는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스웨덴은 우리나라처럼 성과·정년 압박을 받지 않는 게 다르다. 또 연구자 정년은 67세까지 보장된다. 결혼이나 육아로 인한 연구공백을 적극 지원한다. 육아 휴직을 해도 임금 80%를 보전 받는다. 고용이 불안할수록 임금이 높은 편이어서 중소·중견기업 종사자들이 대기업이나 연구소 직원들보다 월급이 많다는게 임 수석의 설명이다.
임 수석은 유럽에서 전력반도체 연구를 하는 유일한 한인 과학자다. 미국전기전자공학회(IEEE) 시니어멤버로, 전력반도체 분야 전 세계 상위 10% 안에 꼽히는 연구자다. 스웨덴에선 15년 이상 관련 연구를 수행 중이며 현재 전력반도체 분야 연구책임자다.
- 기자 사진 런던(영국)=김인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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