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신년기획] '달의 시대' 열릴 계묘년 ①
[인터뷰] 최상혁 미국항공우주국(NASA) 수석연구원
韓 지난해 누리호·다누리 임무 성공해 '세계 7강' 반열
"우주 과학과 산업 여전히 갈 길 멀어, 도전·변화 필요"
"한국 정부 NASA와 아르테미스 협약 더 구체화해야"
[편집자주] 계묘년 한국은 이전에 없던 역사를 쓴다. 달 탐사선 다누리는 올해 달 상공 100㎞ 궤도에서 임무 수행에 나선다. 한국이 올려만 보던 달을 이젠 내려다볼 수 있게됐다. 과거 달 토끼의 설화가 있을 정도로 친숙한 달 탐사는 이제 현실이다. 한국 우주 도전의 현주소와 미래 과제를 짚어본다.
한국은 지난해 우주개발 30년 만에 새 역사를 맞았다. 누리호 발사 성공과 다누리 달 궤도 안착이 그 전환점이다. 미국·러시아·일본·중국·유럽·인도에 이어 우주 분야 '세계 7강' 반열에 올랐다. 하지만, 여전히 6위와는 격차가 큰 '우주 후발국'이라는 평가도 있다. 한국이 우주개척 첫걸음에 도취되지 말고 도전을 지속해야 하는 이유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 랭글리연구소 수석연구원인 최상혁 박사는 1일 머니투데이와 신년 인터뷰에서 "한국의 우주 과학기술은 1960년대부터 국가의 결단 아래 꾸준히 발전해 왔다"면서도 "현재 우주 과학기술과 산업은 앞으로 갈 길에 비하면 1% 수준에 불과하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과거의 짐을 메고 미래로 나아갈 수 없다. No change, No progress(변화 없이 진보도 없다)"라며 지속적인 변화를 촉구했다. 지난해 5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NASA와 체결한 아르테미스 협약과 관련해서는 "협약을 구체화하려면 한국 정부의 노력이 더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최 박사는 한미 우주과학 분야 상징적 인사다. 여든을 바라보지만 여전히 현역이다. 1964년 인천 소래포구에서 발사된 한국 최초의 로켓이 바로 최 박사 주도로 만들어졌다. 대학 3학년 때 로켓 발사를 시연하는 과정에서 폭발 사고로 오른손을 잃기도 했다. 하지만 좌절하지 않고 연구에 전념한 끝에 1980년부터 NASA 랭글리연구소에서 연구 커리어를 시작했다. 특히 NASA에서 40여년간 연구하며 무선 동력 전송기술과 극초소형 분광기, 태양열 로켓 등을 개발했다. 공로를 인정받아 2020년 한국인 최초로 NASA '발명가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 아래는 최 박사와 일문일답.
-지난해 누리호·다누리 성과는 어떻게 보셨나.
▶괄목할 성과다. 한국의 우주 과학기술은 1960년대부터 국가의 결단 아래 꾸준히 발전해 온 결과물이다. 한국의 높은 공업력과 산업 구조 그리고 고급 기술인력이 밑바탕이었다고 본다. 국민의 도전정신과 국가적 리더십이 융합된 작품이라고도 볼 수 있다. 특히 최근 달궤도에 오른 다누리는 광시야 편광 카메라를 탑재했다. 상당히 유용한 과학기기다. 우주 탐사에 고해상도 촬영뿐만 아니라 달의 열상·화학적 변화, 움직임 등을 감지할 수 있다. 달의 뒷면은 그동안 많이 탐색되지 못했다. 그 과학적 자료를 다누리가 제공할 수 있다.
-우주개척 첫걸음에 불과해 성과에 안주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 있다.
▶No change, No progress(변화 없이 진보 없다). 인류의 우주 과학기술과 산업은 앞으로 갈 길에 100분의 1정도 왔다. 과거의 짐(The baggage of the past)을 메고 과연 미래로 얼마나 나아갈 수 있겠나. 정제된 지식을 반복하기보단 '왜' '만일 그렇지 않다면' 같은 질문을 던지고 도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NASA에서 제가 참여하는 '고위험감수 성공전략 위원회'가 있다. NASA 과학자들도 '기술개발 잘 되고 있는데 무슨 걱정이냐'며 현존 기술로 미래 임무를 해결하려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위원회 등을 통해 타성을 깨고 미래 혁신을 만든다.
- 한국 정부에 NASA 아르테미스 협약 체결에 안주해선 안 된다고 쓴소리했는데.
▶미국과 아르테미스 협약(유인 달 착륙을 포함한 심우주 탐사 계획)을 구체화하려면 한국 정부의 노력이 더 필요하다. 특히 국제협력을 통해 국가의 목표를 달성하려면 우주 과학기술에 대한 정책 확립과 그 정책 목표를 이행하기 위한 로드맵, 마일스톤(Milestone·단계별 성과)을 정해놓아야 한다. 우주 탐사는 예산과 인력 등이 요구되며 국제협력은 필수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등이 NASA와 달·화성, 소행성 자원 탐사 접점을 모색하고 있다. 국가적 사명이 있다면 자원개발뿐만 아니라 물질 생산시설, 달 궤도 유인 우주정거장 건설 등에도 참여할 수 있다고 본다.
-한국에선 올해 NASA를 모델로 한 우주항공청이 신설된다.
▶NASA의 전신은 1915년 세워진 NACA(미국국가항공자문위원회)다. 냉전시대 경쟁은 NACA를 1958년 NASA 체제를 만들었고, 아폴로 프로그램(유인 달 탐사)을 탄생시켰다. 앞으로는 유인 우주 탐사뿐만 아니라 달·화성 정착, 우주자원 탐사·채취를 본격화한다. NASA는 백악관 우주위원회(Space Council) 산하에서 우주 정책과 예산 집행을 한다. 독립성을 유지하면서 발전해왔다. 그런데 한국은 미국과 달리 조직문화의 상하 구분과 위계질서에 따라 소통이 이뤄진다. 정부 내 우주청이 어떤 위치에 있느냐가 중요한 이유다. NASA처럼 창의적이고 도전하는 조직이 되려면 대통령 또는 국무총리 아래 독립기구로 설립되는 편이 좋다고 본다.
-우주청은 과기정통부 산하에 신설이 유력한데.
▶부처 내에 설립되면 우주항공 정책 추진 과정에서 기능 저하가 우려될 수 있다. 또 부처 내 다른 과학기술 분야들과 경쟁하는 희생도 있을 것으로 본다. 순수 우주 과학기술 계획들이 퇴색될 가능성이 높다. 과거 미국 국방부나 에너지부에서도 우주 프로그램이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퇴색된 사례가 있다.
-우주개척에 나서는 한국을 위한 조언은.
▶미국에선 '어떻게'(How)를 생각하는 사람은 자기를 먹여 살릴 직업은 보장되지만 '왜'(Why)를 생각하는 사람은 지도자가 된다는 말이 있다. 지식은 이미 존재하고 언제나 습득할 수 있는 과거의 영역이고, 지혜는 왜라는 질문을 통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드는 미래의 영역이다. 한국에는 지혜가 필요하고 이를 가능케 하는 국가 리더십이 필요하다. 한국 사회가 발전하려면 현재의 성과를 타파하는 혁신의 물결이 넘쳐나야 한다.
- 기자 사진 김인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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