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긋한 '자스민향'의 비밀…발효시킨 대장균?

박건희 기자 기사 입력 2024.02.26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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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스민 향과 일랑일랑 향의 주요 방향 성분인 벤질아세테이트를 미생물을 이용해 친환경적으로 생산하는 기술이 개발됐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자스민 향과 일랑일랑 향의 주요 방향 성분인 벤질아세테이트를 미생물을 이용해 친환경적으로 생산하는 기술이 개발됐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국내 연구진이 미생물을 활용해 자스민 향을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공급보다 수요가 많아 골머리를 앓던 향료 시장의 새로운 해결책이 될 것으로 보인다.

KAIST(한국과학기술원)는 최경록 생물공정연구센터 교수와 이상엽 생명화학공학 특훈교수가 방향성 화합물 '벤질아세테이트'를 포도당 같은 탄소원을 이용해 생산하는 대장균 발효 공정을 최초로 개발했다고 26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화학공학'에 온라인 게재됐다.

벤질아세테이트는 자스민 향과 일랑일랑 향의 주요 방향 성분이다. 향료는 화장품 사업뿐만 아니라 식품 산업에도 널리 이용되지만 산업계의 수요보다 공급이 부족한 실정이다. 대부분 향료는 식물에서 추출하지만 천연 추출을 통해 생산되는 향료의 양이 적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경우 석유화합적으로 향료를 합성해 화장품이나 식품을 제조하는 데 사용한다.

연구팀은 산업계 수요량에 맞추면서도 친환경적이고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벤질아세테이트를 생산하는 방법을 고안했다.

연구팀은 포도당으로부터 벤조산을 거쳐 벤질아세테이트를 생합성하는 대사 경로를 개발했다. 2종류 이상의 미생물을 혼합해 동시에 배양하는 기술인 '공생배양'을 통해 벤질아세테이트를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

공생배양 과정에선 불필요한 부산물인 '신나밀아세테이트'가 생성된다는 문제가 있다. 벤질아세테이트를 생합성하는 데 필요한 중간체가 불필요한 부산물을 생산하는 데 소모돼버리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발효 과정을 분리했다. 발효 초반엔 포도당으로부터 벤조산을 생산하는 상단 균주만 배양해 벤조산을 먼저 생산했다. 이후 하단 균주를 접종해 배양액 내에 축적된 벤조산을 벤질아세테이트로 전환하는 '지연 공생배양 전략'을 내놨다.

이를 통해 추가적인 효소 및 균주 개량 없이도 부산물 생성은 억제하는 동시에 벤질아세테이트 생산 농도는 10배 이상 향상시켰다. 1리터 당 2.2그램(g)의 벤질아세테이트를 생산했다. 연구팀은 "미생물 공정을 통해 벤질아세테이트를 상업적으로도 생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 연구교수는 "벤질아세테이트라는 산업적으로 유용한 화합물을 효과적으로 생산하는 미생물 공정을 개발하고 목표 화합물의 생산 효율을 높이는 새로운 접근 방법을 제시했다"고 의의를 밝혔다.

이 특훈교수는 "상업적으로 유용한 화합 물질을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생산할 수 있는 미생물 공정의 종류와 수를 늘린다면 석유화학산업을 친환경적이고 지속가능한 바이오산업으로 전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연구는 과기정통부가 지원하는 바이오의료기술개발사업의 '지능형 세포공장기술 구현' 과제 및 농촌진흥청이 지원하는 농업미생물사업단의 '미생물 대사 시스템 제어를 통한 무기물로부터의 단백질 생산 기술 개발' 과제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이상엽 KAIST 생명화학공학과 특훈교수 /사진=KAIST
이상엽 KAIST 생명화학공학과 특훈교수 /사진=KA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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