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무인(無人) 달 착륙선 '슬림'(SLIM)이 세 번째 도전 끝에 결국 달 착륙에 성공했다. 일본의 달 착륙은 구소련·미국·중국·인도에 이어 전 세계 다섯 번째다. 다만 태양전지가 전력을 생산하지 못하고 있어 현재까진 달 탐사 임무에는 지장이 있는 상황이다.

야마카와 히로시(山川 宏) 일본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 이사장은 20일 새벽 2시쯤 기자간담회를 열고 "슬림이 오전 0시20분 달 표면에 성공적으로 착륙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JAXA 관계자는 이어 "슬림은 착륙 후 통신체계가 확립됐지만 현재 태양전지는 전력을 생산하지 못하고 있다"며 "슬림에서 데이터를 우선 수집하고, 수집된 데이터에 대한 자세한 분석은 향후 구체적으로 공유하겠다"고 했다.

앞서 슬림은 지난해 9월7일 일본 규슈 가고시마현 다네가시마 우주센터에서 H2A 로켓 47호기에 실려 발사됐다. 이후 110일만인 12월25일 달 궤도에 진입했다. 이달 15일부턴 본격 달 착륙 준비에 들어갔다. 지난 19일부터 하강 비행을 시작했고 이날 0시쯤 달 상공 15㎞까지 도달해 약 20분 뒤 달 표면에 무사 착륙했다.

슬림은 현재 통신은 가능하나 전력생산이 이뤄지지 않아 데이터를 우선 전송받을 수 있도록 조치가 이뤄졌다. 태양전지 발전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착륙 후 탑재된 배터리를 이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달 탐사 시간과 범위가 줄어들 전망이다. 슬림은 착륙 직전 손바닥만한 탐사 로봇 'LEV-1', 'LEV-2'를 내보내는 데 성공했다. 다만 예정대로 임무 수행이 이뤄질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슬림은 높이 2.4m, 폭 2.7m, 무게 590㎏ 달 착륙선이다. 달의 원하는 지점에 초정밀 연착륙하는 임무에 따라 '달 저격수'로 불리기도 한다. 초정밀 조준을 하듯, 지구로부터 평균 38만㎞ 떨어진 지점을 조준해 정밀 착륙하겠다는 의미다. JAXA는 이에 대해 할 수 있는 곳에 착륙하는 시대에서 원하는 곳에 착륙하는 시대로 전환을 의미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한국은 2032년 달 착륙선을 발사한다는 계획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올해부터 10년간 약 5300억원을 투입해 1.8톤(t)급 달 착륙선 개발을 목표한다. 2030년 달 궤도에 성능검증위성 발사를 목표하고, 2031년과 2032년 각각 달 착륙선 예비모델과 최종모델을 발사한다. 최종모델은 누리호 후속로켓인 차세대발사체(KSLV-Ⅲ)로 발사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