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가상자산(암호화폐) 거래소를 운영하다 파산 신청한 FTX의 창업자 샘 뱅크먼-프리드가 미국으로 송환됐다. 무려 2억5000만달러, 한국 돈으로 3200억원이 넘는 '역대급' 보석금을 낸 뱅크먼-프리드는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22일(현지시간) CNBC 등에 따르면 바하마에서 체포돼 미국으로 인도된 뱅크먼-프리드는 이날 미국 뉴욕 맨해튼 연방법원에 출석했다. 남색 정장 차림에 족쇄를 차고 법정에 나온 그는 변호사들 사이에 앉아 판사의 말을 들었다.

가브리엘 고렌스타인 치안판사는 뱅크먼-프리드를 보석금 2억5000만달러에 석방하기로 했다. CNBC는 "검찰에 따르면 이는 재판 전 보석금 규모로는 역대 최대"라고 전했다. 고렌스타인 판사는 "뱅크먼-프리드가 범죄인 인도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고 다른 전과가 없기 때문에 도주 위험이 작다"고 보석을 인용한 이유를 설명했다.

뱅크먼-프리드는 천문학적인 보석금을 내고 풀려나지만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가택연금 상태로 집에 갇혀 지내게 된다. 고렌스타인 판사는 "뱅크먼프리드의 석방 조건은 담보로 잡힌 캘리포니아 팰로알토 소재 부모님 집에 머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뱅크먼-프리드에게 앞으로 법정에 출석하지 않으면 체포영장이 발부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FTX는 지난달 11일 미국 델라웨어주 법원에 파산보호 신청을 했다. 유동성 위기로 인해 투자자들의 '뱅크런(대규모 예금인출 사태)'이 발생한 지 사흘 만의 일이었다. 뱅크먼-프리드는 파산보호 신청 이후 FTX의 본사가 있는 바하마에 체류했다. 바하마 당국은 지난 12일 미국 정부의 범죄인 인도 요청을 받아 그를 체포했다.

뉴욕 남부연방지방검찰청은 뱅크먼-프리드를 8개 혐의로 기소한 상태다. 공개된 공소장에 따르면 뱅크먼-프리드에게 적용된 혐의는 △전신 사기 △전신 사기 모의 △돈세탁 △불법 선거자금 공여 등이다. 검찰은 뱅크먼-프리드가 FTX가 설립된 2019년부터 고객과 투자자들을 속이기 위한 계략을 꾸민 것으로 보고 있다. 뱅크먼-프리드는 고객 돈을 가상자산 헤지펀드 계열사인 알라메다 리서치로 빼돌려 이 회사의 지출과 채무를 충당하고, 거액의 정치 기부금을 내는 데 사용한 혐의도 받는다. 또한 바하마에서 호화 부동산을 사들인 것으로 검찰은 판단한다.

검찰 측은 "미국 역사상 가장 큰 사기 사건 중 하나"라며 뱅크먼-프리드에 대한 공소 사실이 모두 인정될 경우 최대 115년형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뱅크먼-프리드는 경영상의 '실수'로 이같은 사태를 초래했다고 인정하면서도, 사기 혐의나 범법 행위 의혹에 대해서는 전면 부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