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 먹물을 활용한 전자제품용 소재가 개발됐다. 85일 안에 97%까지 생분해돼, 이를 활용하면 중금속 폐기물 없는 친환경 전자제품을 생산할 수 있을 전망이다.

KAIST(카이스트)는 명재욱 건설및환경공학과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이 클라라 산타토 캐나다 몬트리올 공대 교수 연구팀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세피아 멜라닌 기반 친환경 필름을 개발했다고 25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커뮤니케이션 머터리얼즈'에 지난달 29일 실렸다.

사용하던 컴퓨터, 텔레비전, 휴대전화 등을 버리면서 발생하는 전기폐기물은 자연에서 쉽게 분해되지 않는다. 또 그 과정에서 납(Pb), 카드뮴(Cd) 같은 중금속이나 폴리염화비닐(PCD) 등의 유해 화학물질이 자연에 유출돼 생태계가 오염될 수 있다.

연구팀은 갑오징어에서 추출할 수 있는 색소 물질인 '세피아 멜라닌'을 활용해 전자제품용 필름을 개발했다. 세피아 멜라닌은 저독성으로 생분해할 수 있어 기존 소재를 대체할 천연 바이오소재로 주목받는다.

연구팀은 세피아 멜라닌-셀락 잉크 복합체를 은 전극 패턴의 종이 위에 인쇄했다. 인쇄된 필름이 이산화탄소로 전환되는 정도(광물화도)를 기준으로 생분해 수준을 확인했더니 85일 만에 약 97%가 분해됐다. 맨눈으로 봤을 때는 20일 이내에 완전히 분해됐다.

주사전자 현미경으로 분해 과정에 있는 필름을 자세히 들여다보자 퇴비 미생물 군집이 표면에 형성돼 있었다. 박테리아가 필름의 생분해에 관여한 것이다. 미생물 군집이 독성을 띠는지 확인하기 위해 식물의 종류인 쥐보리(학명 Lolium multiflorum)와 메리골드(학명 Tagetes erecta)에 적용한 결과, 독성도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전자제품 활용을 위해 필수적인 인쇄 필름의 전기적 특성은 일반 금속이나 고성능 전자 재료에 비해 낮은 편이었다. 하지만 연구팀은 "생분해성 및 친환경 특성 덕분에 환경 센서, 생체 디바이스, 일회용 전자제품 등 특정 응용 분야에서 경쟁력 있는 대안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KAIST 공과대학 석박사 모허면구 및 창의도전사업, 한국연구재단 과학기술국제화사업-한국 이공계 대학원생 캐나다 연구 프로그램 사업 등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