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KAIST도 R&D 카르텔?…4대 과기원 주요예산 '일괄 삭감'

김인한 기자 기사 입력 2023.09.04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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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개 과학 연구기관 총 3000억원 삭감…'장기 기초연구' 주도하는 IBS, 280억↓
과학계 "R&D 효율성 따지면 도전연구 못해"

내년도 4대 과학기술원 주요사업비. 주요사업비는 전체 예산에서 인건비·경상비·시설비 등을 뺀 주요 R&D(연구개발) 예산이다. / 그래픽=김현정 디자인기자
내년도 4대 과학기술원 주요사업비. 주요사업비는 전체 예산에서 인건비·경상비·시설비 등을 뺀 주요 R&D(연구개발) 예산이다. / 그래픽=김현정 디자인기자
KAIST(한국과학기술원)를 포함한 4대 과학기술원의 내년도 '주요사업비'가 올해보다 약 12% 삭감됐다. 주요사업비는 전체 예산에서 인건비·경상비·시설비 등을 뺀 주요 R&D(연구개발) 예산이다. 과학계는 현 정부의 건전재정 기조에 따라 R&D 예산 구조조정이 불가피하지만, 과학기술원 주요사업비의 일괄 삭감으로 핵심 연구 활동과 과학기술 인재 육성에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우려한다.

3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정필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내년도 4대 과기원의 주요사업비(정부안)는 총 2176억6600만원으로 나타났다. 올해 2467억200만원 대비 11.8%(290억3600만원) 줄어든 수치다. 2010년대 이후 국내 최고 수준 R&D와 인재 육성을 담당하는 4대 과기원 예산이 줄어든 건 이번이 처음이다.

내년 주요사업비는 KAIST가 891억4200만원으로 올해 대비 12.7%(130억2000만원) 삭감된다. GIST는 476억200만원으로 같은 기간 12.7%(69억1700만원) 줄어든다. UNIST는 올해 대비 내년도 예산 삭감 비율이 14.5%(61억7700만원)로 가장 큰 감소세를 보였다. 내년 예산은 364억4100만원이다. DGIST(대구경북과학기술원)도 444억8100만원으로 올해보다 6.2%(29억2200만원) 깎였다.

KAIST 부설 연구기관도 R&D 삭감의 칼바람을 피할 순 없었다. 나노종합기술원 내년 예산은 334억3400만원으로 올해보다 8.5%(30억9200만원) 줄었다. 나노종기원은 반도체 시설을 활용해 중소·중견기업이 개발한 기술을 실증해주는 기관이다. 나노종기원 반도체 시설은 반도체뿐만 아니라 현 정부가 강조하는 양자기술 개발 등에 활용할 수 있다. 한국과학영재학교, 한국고등과학원 예산도 삭감됐다.

노벨과학상급 기초연구 성과를 키우겠다는 목표로 2011년 설립된 기초과학연구원(IBS) 주요사업비는 올해 2104억8600만원에서 내년 1826억원으로 대폭 삭감됐다. IBS는 산업적 효과보단 미래 대비 차원에서 장기적 기초연구를 수행하고 있지만, 현 정부의 R&D 효율성 제고에 따라 300억원 가까운 예산이 깎였다.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UST)와 국가수리과학연구소 등도 예산이 줄었다.


25개 과학 연구기관 예산도 총 3000억원 삭감



내년도 25개 과학기술 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 예산안. / 사진=뉴스1
내년도 25개 과학기술 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 예산안. / 사진=뉴스1

앞서 기획재정부와 과기정통부 등은 지난달 29일 내년도 예산안 656조9000억원 중 국가 R&D 예산으로 25조9000억원을 편성했다. 예산 총지출 대비 3.94% 수준으로, 최근 10년간 평균 5%에 육박하던 관련 비율이 처음 4% 아래로 내려갔다. 특히 현 정부가 국정과제에 'R&D 예산을 정부 총지출의 5% 수준에서 유지한다'고 명시한 내용과 배치돼 논란이 일고 있다.

R&D 대수술 여파는 25개 과학기술 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에 가장 큰 영향을 주고 있다.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에 따르면 내년도 25개 출연연 주요사업비는 8859억원으로 올해보다 25.2%(2989억원) 깎였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한국천문연구원 등 미래 대비를 하는 출연연부터 한국생산기술연구원·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등 응용기술 연구를 하는 출연연 모두 예산이 줄었다.

익명을 요구한 KAIST 교수는 "현 정부가 발표한 나눠주기식 예산 배분이 아닌 세계 최고 성과를 지향하는 연구에 집중하는 전략적 예산 배분 시스템 구축에 동의한다"면서도 "하지만 효율성이라는 관점으로 R&D를 바라보고 예산을 일괄 삭감한다면 오히려 도전적 연구보단 효율적이고 성공하기 쉬운 R&D를 선택하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출연연 관계자도 "모든 정부가 그동안 총지출 대비 R&D 예산을 5%대로 유지한 이유는 국가 미래산업에 기반이 될 기술에 장기 투자했던 것"이라며 "그동안 출연연이 기반을 만든 반도체·통신·원자력·우주 기술 등도 효율성만 따졌다면 연속적으로 연구가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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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 사진 김인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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