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나로우주센터 6㎞ 거리 봉래중
"우주 현장 자부심" 가진 전남 고흥 아이들
"우주과학자가 꿈…누리호 3차 발사 실패해도 응원"
지난 4일 오후 2시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불과 약 6㎞ 떨어진 봉래중학교. 교내에 들어서자 우주인 그림과 우주의 신비가 적힌 교내 게시판이 눈에 들어왔다. 과학 수업 중인 2학년 교실에선 학생 5명이 비례식 문제풀기에 한창이었다. 전교생 12명, 수년 전 폐교까지 걱정했던 시골 땅끝마을 학교에서 우주를 향한 꿈나무들의 꿈이 영글고 있었다.
봉래중 1학년 차윤우 군은 "블랙홀을 연구하는 우주과학자가 되고 싶다"며 "작년 누리호가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날아오르는 모습을 직접 보고 로켓과학자에 대한 관심도 생겼다"고 했다. 차 군은 "재작년 1차 발사때만 해도 큰 감흥은 없었지만 2차 발사 때 누리호를 직접 보고, 우리나라 기술로 만들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감동했다"고 말했다.
이 학교는 고흥군 최남단에 위치해 있다. 도시에는 흔한 학원이나 놀이시설도 이 곳에선 찾아볼 수 없다. 하지만 학생들 모두 학내 수업과 방과후수업을 통해 꿈을 키워가고 있다. 차 군의 경우 과학책과 유튜브를 통해 블랙홀과 우주과학, 양자역학 등에 관심을 갖게 됐다. 특히 가수 윤하의 '사건의 지평선'을 자주 들으며 평소 친구들에게 관련 지식을 공유한다.
박은주 봉래중 과학교사는 "시골학교라 도시처럼 다양한 정보를 접할 수 없어 학생들에게 자기주도적 학습을 당부한다"며 "학생들이 TV 속 이슈를 직접 공부해 수업 시작 5분간 소개하는데, 그때 우주나 바이오 등 과학 이슈를 발표하는 학생들이 있다"고 소개했다.
학생들 도시·읍내로 떠나지만…고흥 지키는 아이들 "우주 현장 자부심, 누리호 3차 발사도 응원" 봉래중에 다니던 대다수 학생들은 더 많은 정보와 교육 기회를 얻기 위해 읍내나 순천시 등으로 떠났다. 하지만 남아 있는 봉래중 학생들은 오히려 '우주 현장'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학교생활에 임한다고 한다. 봉래중 3학년 김은별 양은 "친언니를 따라 전학도 생각했지만, 학교에 대한 애정과 나로우주센터를 방문하는 사람을 보며 지역에 대한 자부심을 느껴 남게 됐다"고 했다.
2학년 박시화 양은 "누리호 2차 발사에 성공했을 땐 정말 뿌듯했고 소름까지 돋았다"며 "내가 '이런 곳에 사는구나'라는 자랑스러운 마음을 가졌고 더 많은 사람이 고흥과 나로우주센터에 관심을 갖도록 저부터 지식을 쌓고 지역을 홍보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나로우주센터에선 오는 24일 누리호 3차 발사가 이뤄진다. 1차(2021.10)·2차(2022.06)와 달리 3차 발사에선 실제 우주에서 동작할 인공위성 8기를 탑재하고 날아오른다. 사실상 첫 실전인 셈이다. 봉래중 학생들은 누리호 3차 발사 결과에 상관없이 과학자들을 응원한다고 입을 모았다.
박시화 양은 "2차 발사에 성공해서 3차 발사도 성공할 것이라고 믿는다"면서도 "실패해도 너무 속상해하지 않았으면 좋겠고, 저희가 항상 응원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응원했다.
차윤우 군은 "뉴스를 보면 2차 발사에 성공했다고 하더라도 3차에서 성공할 확률이 높지 않다고 한다"며 "발사를 계속 시도하다 보면 성공 확률이 높아지고 언젠가 우주강국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박은주 교사는 "과학에 관심 있는 학생들이 방과후수업이나 교외활동을 통해 우주과학에 더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과학교사로서 책임감과 사명감을 가지고 학생을 지도하겠다"고 했다.
김상지 봉래중 교장은 "앞으로 우주과학자 분들과 연계 방안을 찾아 관련 교육에도 힘쓰겠다"며 "우주과학자들이 학생들과 만나거나 학교에서 강연한다면 우리 아이들이 미래를 바라보고 꿈을 키워가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 기자 사진 고흥(전남)=김인한 기자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