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 한방울로 암세포 찾는다...맞춤치료시대 여는 초정밀 분리기술

김유경 기자 기사 입력 2023.01.08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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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UP스토리]김민석·이정민 씨티셀즈 대표 인터뷰
씨티셀즈 CTC 분리기술 개발, 암 상태 확인·진단
산전검사 적용, 수요 ↑…비침습 시장·임상 도전

김민석 씨티셀즈 대표/사진제공=씨티셀즈
김민석 씨티셀즈 대표/사진제공=씨티셀즈

"혈액 1ml에는 10억개의 세포가 있습니다. 이중 숨어 있는 한, 두개의 암세포 또는 임신부의 태아세포를 찾아내 분리하는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바이오 스타트업 씨티셀즈의 김민석 대표(디지스트 뉴바이올로지학과 교수·40)와 이정민 대표(42)는 최근 머니투데이와 인터뷰에서 "이제는 암세포나 태아세포의 상태를 예측하는게 아닌 확인하고 진단할 수 있게 됐다"며 이같이 밝혔다.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의 교원창업기업인 씨티셀즈는 김민석 대표가 창업을 조건으로 지원하는 한국연구재단의 '바이오 의료기술개발 사업' 국책 과제를 2017년 수주하면서 시작됐다. 김 대표는 혈액 내에 극미량 존재하는 암세포를 분리하고 그 암세포로 맞춤형 정밀진단을 하는 기술을 개발해 상용화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그렇게 2018년 4월 출범한 씨티셀즈는 암 전이의 주요 원인인 순환종양세포(CTC)를 분리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을 뿐 아니라 실험실이 아닌 일반병원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CTC를 자동 분리할 수 있는 장비 개발에도 성공했다.

김민석 대표는 "암 수술을 받은 후 암이 재발하는 건 다른 장기로 전이되기 때문인데 그동안 병원에서 할 수 있는 건 CT(컴퓨터단층촬영)를 찍고 재발된 것을 확인해 항암제를 쓰는 것이었다"며 "수술한 곳은 암 조직을 쉽게 얻지만 전이된 암 조직은 어떻게 변이가 일어났는지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에 정밀 치료도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암 전이의 주요 원인은 CTC가 혈관 내로 침투해 돌아다니다가 다른 장기에 정착하는 것"이라면서 "현재 혈관에 돌아다니는 암세포의 정보를 알면 맞춤형 약을 쓸 수 있기 때문에 치료에 굉장히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씨티셀즈의 세포 분리기술, 아기유니콘200 선정


씨티셀즈의 분리기술은 '연속 원심 미세유체 기술(Inertial Centrifugal Microfluidics)'이다. 전처리 과정 없이 밀도 기반의 초정밀 세포 분리가 가능하다는 게 특징이다.

김 대표는 "암세포에 표지자를 붙여 찾아내거나 체로 거르듯 크기가 다른 암세포를 찾는 기존 분리기술로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다양한 크기의 CTC를 찾아내기 어렵다"며 "우리가 개발한 분리기술은 혈액의 99%를 차지하는 적혈구와 0.9% 정도인 백혈구를 원심분리하는 식으로 혈액 내 정상세포를 모두 제거함으로써 모든 암세포를 찾아낼 수 있다"고 했다. 이를 자동화한 CTC 분리 장비(CTCEPTOR)도 개발했다.

세포 분리 후에는 암세포인지 면역세포인지 알기 위해 염색과정을 거친다. 이 염색과정에서 통상 세포 손실이 발생하는데 씨티셀즈는 최근 세계 최고 수준의 세포무손실 염색기술도 개발했다. 나아가 치료를 위한 차세대 NK세포치료제와 이중항체 플랫폼도 개발 중이다.

씨티셀즈는 기술력을 인정받아 2021년 중소벤처기업부의 아기 유니콘200 기업으로 선정됐다. 또 인터베스트, 미래에셋캐피탈 등으로부터 총 180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다.


엄마의 혈액내 태아세포 찾기…유산 위험 '제로', 기존 산전검사 대체 기대


이정민 대표/사진제공=씨티셀즈
이정민 대표/사진제공=씨티셀즈
씨티셀즈는 세포 분리 및 진단기술을 태아의 상태를 확인하는 산전검사에도 적용해 주목을 받고 있다. 산전검사란 임신 전반기 다운·에드워드·파타우증후근 등 염색체 이상이나 신경관 결손 등 태아 위험도를 평가하고 진단하는 검사다. 최근 사회·환경적 요인에 의한 선천성 이상아가 증가하면서 산전검사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

이정민 대표는 "기존 침습적 방식의 산전검사는 주사기로 태반이나 양수를 채취하는 방법으로 출혈, 통증, 감염 등의 합병증을 동반하고 0.2% 내외의 유산 가능성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반면 씨티셀즈가 개발한 산전검사 기술은 임신 초기(8~10주) 산모의 혈액에 존재하는 극미량의 태아세포를 분리하고 유전자를 분석해 진단하는 비침습 방법이다. 이 대표는 "태아나 산모에게 위해 없이 정확한 산전검사를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태아의 건강과 질병 상태를 종합 진단 할 수도 있다"며 "200여가지의 유전질환을 사전에 알 수 있어 가족력이 있는 부모의 신체적, 정신적 부담감을 임신 초기에 덜어줄 수 있다"고 했다.

씨티셀즈는 이미 차병원과 협업해 태아세포 분리기술 성능 검증을 완료했다. 올해는 태아세포 분리장비 규격 인증 및 연구용 장비 판매에 나설 계획이다. 2025년에는 비침습 산전검사 시장 진출은 물론 해외 인증 획득 및 글로벌 임상에 도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김민석 대표는 "글로벌 비침습 산전검사 시장은 연평균 17.5%의 성장률로 2025년 9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씨티셀즈의 기술은 그동안 해외기술에 100% 의존해온 비침습 산전검사 기술의 해외 의존도를 낮추고, 기존 침습적 방식을 대체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씨티셀즈는 최근 비침습 산전검사 기술로 과학기술일자리진흥원이 개최한 '2022년 실험실 창업 Uni-Tec(유니-테크) 데모데이'에서 과기부 장관상을 수상하며 또 한번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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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 사진 김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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